충북 청주시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김상윤(29)씨 15평짜리 집에는 화분 세 개가 있다. 반년 전 회사에서 받은 선인장 하나를 들인 것을 시작으로, 관엽식물 스투키와 해바라기를 키우고 있다. 김씨는 “혼자 살다 보니 집에 나 아닌 생명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야근이 잦고 집을 자주 비워 반려동물보다 품이 덜 드는 식물을 키우게 됐다”고 했다. 선인장과 스투키는 매달 월급날, 해바라기는 짝수 날마다 물 주는 게 관리의 전부라고 한다. 그는 “전셋집이라 다른 인테리어는 못 하는데 식물을 두니 비로소 ‘내 공간’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집안 식물 인테리어 ‘플랜테리어’

난 치기, 분재(盆栽)와 같은 ‘식물 기르기’는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2030세대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동반자와 같은 식물이란 뜻의 ‘반려식물’을 비롯해 식물로 집을 꾸민다는 ‘플랜테리어(Planterior)’란 말도 생겼다. 식물(plant)과 인테리어(interior)를 합한 것이다. 12일 소셜미디어 인스타그램에서 ‘플랜테리어’로 검색하자, 70만건이 넘는 게시물이 나타났다. 플랜테리어 전문 업체를 운영하는 변수련씨는 “과거엔 대형 건물에 나무를 배치해주라는 게 주 사업이었는데, 최근엔 가정집에서도 의뢰를 자주 받는다”고 했다.

최근 혼자 사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작은 정원을 뜻하는 ‘테라리움(terrarium·흙과 공간의 합성어)’을 꾸미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다. 유리병이나 어항에 조그마한 풀과 돌을 배치해 일종의 작은 정원을 만드는 것이다. 대구광역시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 박은진(29)씨는 “지난해 가로 30㎝짜리 어항에 인조 식물, 돌, 나무토막을 배치해 정글처럼 꾸며 놨는데 이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며 “한 달에 한두 번씩 디자인에 변화를 주면서 인테리어 개념으로 꾸미고 있다”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쉽게 풀리는 일이 없는 젊은이들이 비교적 기르기 쉬운 식물로 원하는 공간을 꾸미면서 자기 효능감을 얻는 ‘소확행(소박하지만 확실한 행복)’ 현상”이라며 “사람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충족감을 느끼는데,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코로나 시대에 대신 식물과 교류하는 것으로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