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병원에서 최근 ‘망사마스크 착용을 자제해달라’는 취지의 포스터를 제작하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가 망사마스크를 쓴 모습이 담긴 사진을 사용해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장관은 “초상권 침해가 분명하다”고 했고, 병원 측은 해당 포스터를 즉각 수거했다면서 “신입 여직원의 단순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문제가 된 포스터는 지난달 31일 부산 덕천동의 한 안과 병원의 건물 내벽에 붙었던 것이다. 망사마스크를 쓴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과 조 전 장관 부부의 사진이 활용됐다. 눈 부분엔 검은색 모자이크가 돼 있었다. 포스터엔 ‘침 튀는 망사마스크 착용을 자제해 주세요’라는 글귀가 적혔다.
이 사진은 지난 8월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지지자 간에 벌어진 ‘망사마스크 논쟁’을 보도한 언론 보도 기사에 쓰인 사진이었다. 김 의원이 한 행사에서 망사마스크를 쓴 채 정은경 당시 질병관리본부장과 만났는데, 이를 놓고 민주당 지지자들은 “제대로 인증을 받은 마스크를 쓰라” “이 와중에 멋을 부리느냐”고 비판했다. 그러자 통합당 지지자들은 조 전 장관과 정씨 역시 재판에 나오면서 망사마스크를 착용했다면서 “조국도 쓴 망사 마스크를 왜 야당 비대위원이 쓰면 안 되느냐” “민주당은 마스크조차 내로남불이냐”고 반박했다.
◇ 조국 “초상권 침해”… 지지자들 “응징해야”
한 시민이 이 포스터를 찍어 소셜미디어에 게재하면서 논란이 됐다. 시민 이모씨는 지난달 31일 문제의 포스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부산시 덕천역 6번 출구 ○○안과의원. 조국 전 장관과 정경심 교수 사진을 모자이크해서 붙인 일베 안과 의사. 인생은 실전 맛 좀 보시길...”이라고 적었다. 이 글에 ‘화나요’ 반응을 보인 사람은 255명이었고, 게시물도 100회 이상 공유됐다.
다음 날엔 조 전 장관도 해당 병원을 ‘저격’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조 전 장관은 “초상권 침해가 분명하네요. 부산 페친분들, 사실 확인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조 전 장관의 공유 게시물에 ‘응징해야 한다’ ‘절대로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따박따박 (소송을) 진행해달라’ ‘배 째고 등도 따버려야 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병원 측 “신입 사원 실수인데 아직도 항의전화”
병원 측은 문제의 포스터에 조 전 장관 부부 사진을 넣게 된 이유에 대해 “최근 병원에 입사해 서무 업무를 보는 30대 여직원이 제작했는데, 자신은 정치 분야를 잘 몰라 사진 속 인물들이 누군지도 몰랐다고 한다”며 “포털사이트에서 검색된 망사마스크 사진 중에 하나를 골랐을 뿐이다. 항의가 빗발치면서 포스터 게재 당일에 바로 수거 조치했다”고 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네이버에 ‘망사마스크’를 검색하면 나오는 인물 사진 중에 하나였다”며 “병원을 찾는 고령의 환자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사진을 넣은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네이버에 망사마스크라는 키워드로 이미지 검색을 해 본 결과 김 의원과 조 전 장관, 정씨의 사진이 상단에서 4번째 줄에 노출되고 있다.
그러나 병원에는 3일까지도 조 전 장관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시민들의 항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 병원 행정실 관계자는 “'포스터를 제작한 직원을 잘라라' ‘병원장이 일베냐’는 항의 전화가 하루에도 수통씩 온다”면서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한 것도 아닌데 병원명까지 거론되면서 구설에 올라 안타깝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