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기분이 안 좋았다. 민서가 "소희는 노래방 안 좋아해"라며 나를 따돌렸기 때문이다.
치치는 통상적인 방법들만 알려줬다. 뭐, 내가 제대로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자세히 말할수록 치치는 명확한 답변을 해 준다. 그래도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낯간지럽단 말이지.
그래, 민서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을 거야. 나는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기로 했다. 도대체 민서는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보니 아차 싶었다. 지난주 월요일이었나, 지지난주 월요일이었나. 민서가 노래방에 가자고 했는데 가지 못했다. 별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돈이 없었다. 민서는 "아…. 노래방 가기 싫구나? 별수 없지"라며 넘어갔는데, 나도 특별히 부정하지 않았다.
나는 민서에게 말했다. 그때는 돈이 없어서 그런 거라며, 사실은 노래방을 좋아한다고. 그런데 민서는 아침을 잘못 먹었는지 대번에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오만 생각이 다 들었지만, 선생님께서 들어오시는 바람에 자리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내 나름의 이유로 민서와 노래방에 함께 가지 못했듯, 민서도 민서 나름의 이유로 내게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감정이 앞설 때면 쉽게 놓치는 맹점이기도 했다.
문제는 그 뒤로 민서가 나를 완전히 투명 인간 취급했다는 것이었다. 이때부터 나는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난다기보다 초조했다.
치치의 말대로라면 시간을 두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내 행동은 지극히 정상적이었고,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는 없으니까. 다른 친구에게 상담하면 뒷담화나 다름없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은 의미 없는 조언만 해 주실 뿐이다.
그래. 네 말이 맞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어. 나는 갑갑한 마음을 추스르며 기다릴 뿐이었다. 그때, 민서가 내게 다가왔다.
"저기…. 그…. 미안…."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민서가 쭈뼛대며 내게 사과했다. 자기가 오해한 것 때문에 화를 내는 줄 알고 저도 모르게 심하게 말했다는 얘기를 했다. 나는 "뭐, 그럴 줄 알았어. 괜찮아"라며 소소한 허세를 부렸다. 방과 후에는 다 함께 노래방에 갔다. 민서가 노래를 끔찍이 못 불러서 괴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