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아침부터 물을 마시며 숙제를 하고 있었다. 심심해진 나는 그 옆에 가서 언니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언니는 조용히 하라며 나를 밀어냈다. 평소에는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으면서 왜 꼭 내가 놀아달라고 할 때만 공부하는 척을 하는 걸까? 결국 언니와 노는 것을 포기하고 공을 가지고 나왔다. 공을 벽에 튕기며 혼자 던지고, 받는 놀이를 하는데 언니가 눈을 흘겼다.
"야, 까불지 말고 네 방으로 가."
"아, 왜! 조용히 놀고 있는데."
"공 튕기는 소리가 안 들려? 됐고, 공 던지다가 나 맞히면 가만 안 둔다."
나는 언니 말을 무시하고 계속 공을 던졌다. 안 맞게 잘 던지면 그만이니까 처음에는 살살 튕겼지만, 공이 손에 익자 조금씩 힘을 더했다. 조금 더 세게, 조금 더 세게! 그러다 배구 선수처럼 강스파이크를 날린 순간! 각도가 크게 틀어진 공이 언니가 마시던 물잔을 맞혔다. 물이 왈칵! 하고 쏟아지며 언니의 공책을 순식간에 적셨다.
"야! 김소희! 이리 안 와!"
나는 곧장 방으로 도망친 뒤 문을 잠갔다. 부리나케 쫓아온 언니가 방문을 쾅쾅 두드렸다.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는지 발로 문을 차기도 했다. 하필이면 공이 그쪽으로 튈 게 뭐람? 내가 치치 같은 인공지능(AI)이었다면 실수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밖에서 화를 내는 언니를 뒤로하고 치치에게 물었다.
예상한 대로 실수를 만회하는 방법도 인간과 비슷했다. 사과하고 반성한 뒤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노력하기. 그러자 나 역시도 언니에게 얼른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