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붕소'라는 원소를 넣어볼 거예요. 원소기호 'B'인 붕소는 유리나 바퀴벌레 퇴치제를 만들 때 들어가는 물질인데 최외각 전자가 3개뿐이에요. 이번에도 실리콘은 붕소와 결합을 시도해요.
"아까 왔던 인은 최외각 전자가 우리보다 하나 많은 5개던데, 너는 하나 모자라는 3개네?"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빈자리를 하나 만들게."
붕소는 전자가 들어갈 자리에 구멍 하나를 슬며시 만들어요. 이 구멍을 정공(正孔) 혹은 양공(陽孔)이라고 하죠. 영어로 일렉트론 홀(Electron Hole), 풀이하면 '전자가 들어가는 구멍'이란 뜻이에요.
그랬더니, 근처에 있던 2번 실리콘 최외각 전자 하나가 그 구멍을 발견했어요. 그 전자는 "새 집이다! 이사 가자!" 하며 달려와 구멍으로 쏙 들어간답니다. 덕분에 처음 실리콘 원자는 모자라는 전자 하나가 생겨서 이제 결합을 할 수 있게 됐어요. 대신 2번 실리콘 원자는 최외각 전자 하나가 자리를 이탈해서 새로운 구멍이 뻥 뚫렸어요. 걱정할 것 없어요! 그 구멍은 3번 실리콘 원자의 최외각 전자가 달려와 채워 줄 테니까요. 마치 냉장고 계란판에서 달걀을 한 칸씩 옮기는 것과 비슷해요.
도미노처럼 이런 현상이 무한 반복되면, 마치 전자가 움직이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발생시켜요.
. 이렇게
이라고 해요. 도핑은 운동선수가 좋은 성적을 올리려고 인위적으로 근육량을 증가시키기 위해 맞는 불법적인 주사예요.
그 밖에도 실리콘에 열과 빛을 가해 도체로 만드는 방법도 있어요.
● 산업의 쌀, 반도체
김성호 글|이경국 그림|미래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