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마음으로 듣는 '문학과 꽃' 이야기] 배고팠던 그 시절, 대자연이 내어 준 간식
[어린이조선일보] [마음으로 듣는 '문학과 꽃' 이야기] 배고팠던 그 시절, 대자연이 내어 준 간식
박완서 作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소설은 작가가 자신의 코흘리개 시절부터 스무 살 대학생으로 6·25를 맞기까지를 담은 자전적(自傳的) 소설이다. 이 성장 과정에 일제강점기, 해방 후 혼란기, 6·25 발발과 1·4후퇴가 걸쳐 있다. 작가가 보낸 유년 시절이 따뜻하게 그려져 있다. 세 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지만, 할아버지 등 대가족의 사랑을 담뿍 받은 데다, 무엇보다 대자연과 함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며 들판에서 '강아지처럼 뛰어논' 유년 시절 기억을 하나하나 끄집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글은 소나기를 만나는 장면이다.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이 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산기슭이나 길가 아무 데나 있었다. 그 줄기에는 마디가 있고, 찔레꽃 필 무렵 줄기가 가장 살이 오르고 연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나는 하늘이 노래질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느라 그곳과 우리 고향 뒷동산을 헷갈리고 있었다.

찔레꽃 필 무렵, 가장 살이 오르는 싱아

작가는 여덟 살 때 교육열에 불타는 엄마 손에 이끌려 상경해 국민학교에 입학한다. 고향에서 마음껏 뛰놀던 소녀가 갑자기 서울 현저동 산동네에 틀어박혀 살아야 하니 고향에 대한 향수(鄕愁)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여덟 살 소녀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상징하는 것이 '싱아'<사진>다. 옛날에는 싱아가 밭 주변이나 하천가 같은 곳에 많았는데, 그런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요즘에는 산에 가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많이 줄어들었다.


추억의 먹거리 식물들

싱아는 메밀, 여뀌, 소리쟁이, 수영 등과 함께 마디풀과(科) 식물이다. 마디풀과 식물은 줄기에 마디가 있고 탁엽(잎자루가 줄기와 붙어 있는 곳에 좌우로 달려 있는 비늘 같은 잎)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수영도 싱아와 마찬가지로 줄기에 물기가 많고 신맛이 나서 시골 아이들이 즐겨 먹었다. 어린 시절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먹을거리는 싱아 말고도 많았다. 소설에도 "우리는 어려서부터 삼시 밥 외의 군것질거리와 소일거리를 스스로 산과 들에서 구했다. 삘기·찔레순·산딸기, 칡뿌리·메 뿌리·싱아, 밤·도토리가 지천이었고, 궁금한 입맛뿐 아니라 어른을 기쁘게 하는 일거리도 많았다"는 대목이 있다.

● 문학이 사랑한 꽃들
김민철 지음ㅣ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