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마음으로 듣는 '문학과 꽃' 이야기] 아카시아꽃처럼 향기롭고 싶어…](https://www.chosun.com/resizer/v2/NVBPL66YZWV2EQ6M5WAKNFOLGA.jpg?auth=fe56950070e921f6bab4183683060797d1972fc5d7746dbbbc32a617e0b1d513&width=616)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황선미의 장편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에서 아카시아나무<사진>는 주인공 암탉에게 꿈을 주는 나무로 나온다.
주인공 '잎싹'은 철망 속에서 알을 낳는 양계장 닭이었다. 잎싹은 파란 잎사귀가 나중에 향기로운 아카시아꽃을 피워내는 것을 보고, 알을 품어서 병아리를 탄생시키고 싶다는 꿈을 가진다.
'잎싹'이라는 이름도 아카시아 잎사귀가 부러워 스스로 지었다. 잎싹은 향기로운 꽃을 피워 내는 잎사귀보다 더 좋은 이름은 세상에 없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면서 자신도 아카시아나무의 잎사귀처럼 뭔가를 하고 싶어 한다. 잎싹은 꿈이 생기자, 죽음을 무릅쓰고 양계장 밖으로 나온다. 양계장 밖은 사나운 족제비가 있는 위험한 세계였다. 잎싹은 부화(孵化)란을 낳지 못하지만, 우연히 야생 오리인 '나그네'의 알을 품는다. 나그네는 잎싹과 알을 지키다가 죽게된다. 잎싹은 끝내 오리 새끼를 부화시켜 이름을 '초록머리'로 짓는다. 초록머리는 잎싹의 헌신(獻身)으로 늠름한 청둥오리로 변해간다. 그러나 초록머리는 청둥오리로 살아가야 했기에, 잎싹을 남겨두고 다른 청둥오리들과 함께 북쪽 겨울 나라로 떠나야 했다. 족제비의 위협에서 끝까지 초록머리를 지켜준 잎싹은, 결국 굶주린 족제비도 새끼들을 위해 먹이를 구한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생(生)을 마감한다. 책의 도입부에서 '꿈'을 상징하던 아카시아 꽃잎은 마지막 부분에 잎싹이 죽음을 맞이할 때 다시 등장한다.
아카시아나무는 초여름에 활짝 펴 향긋한 꽃향기를 주고,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나무다.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달린 꽃은 어린 시절 허기(虛飢)를 달래는 간식거리였고, 깃털처럼 줄줄이 달린 잎은 다양한 놀이 도구로 쓰였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하나씩 잎을 따기 시작해 먼저 다 따는 사람이 이기는 놀이와 손가락으로 아카시아 잎을 튕겨서 잎을 많이 떨어뜨리는 게임도 있었다.
아카시아나무는 꿀을 주는 대표적인 밀원(蜜源) 식물
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꿀 생산량의 70% 정도가 이 나무의 꽃에서 나온다. 콩과(科)식물인 아카시아나무는 뿌리가 땅속 깊숙이 내리지 않고 얕은 땅속을 거의 수평으로 뻗는 특징이 있다. 뿌리혹박테리아를 통해 공기 중의 질소를 양분으로 삼기 위해서다. 그러다 보니 아카시아나무는 강한 바람에 취약하다. 특히 2010년 전국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가 전국의 아카시아나무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 그 여파로 아카시아가 전체 숲의 2% 미만을 차지할 정도로 줄었다고 한다.
꿀벌이 꿀을 찾아 날아드는 식물로 시중에 판매되는 벌꿀의 원천(源泉)이 된다.
● 문학 속에 핀 꽃들
김민철 지음ㅣ샘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