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속담과 함께하는 생물 세상] '가장 강력한 독성' 기네스북 오른 아주까리
[어린이조선일보] [속담과 함께하는 생물 세상] '가장 강력한 독성' 기네스북 오른 아주까리

아주까리는 국내에선 높이 2m 내외로 자라는 한해살이 풀이지만, 인도나 열대 아프리카 지방에서는 10~ 13m까지 크는 여러해살이풀이다. 피마자(蓖麻子)라고도 부른다. 잎은 둥글넓적하고 지름이 30㎝나 된다. 손바닥 모양의 잎은 가장자리가 7~11갈래로 나뉘고, 갈래 조각은 갸름하고 뾰족하며 매끈하다. 줄기는 마디가 있고, 대나무처럼 속이 빈 원통형이다. 꽃은 8~9월에 연한 노란색으로 핀다. 열매엔 뻣뻣하고 삐죽삐죽한 굵은 가시 돌기가 난다. 씨는 길이 1㎝, 폭 0.5㎝쯤 되는데 모양이 통통하고 길쭉하며, 선명한 갈색 무늬에 반질반질하고 매끄러운 윤기가 난다.

아주까리의 씨엔 '리신(ricin)'이란 맹독성 물질이 들어있다. 아주까리가 '세상에서 가장 독성이 강한 식물'로 기네스북에 오른 이유다. 리신은 청산가리의 1000배, 코브라 독의 2배가 넘는 독이 있다고 알려졌다. 많은 양의 리신을 날로 먹으면 몇 시간 안에 열과 구토, 기침 등 독감 증세를 보이면서 결국엔 폐와 간, 신장의 면역 체계가 망가져 사흘도 안 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가을 서리가 내리기 전, 아주까리의 부드럽고 싱그러운 잎을 따서 짚으로 엮어 처마 밑이나 그늘진 곳에 매달아 둔다. 정월 대보름날이면 잡곡밥과 갖가지 나물 반찬을 먹게 되는데, 이때 기름에 볶거나 쌈으로 먹는 나물이 바로 아주까리 잎 나물이다.

인도에선 뽕잎이 아닌 아주까리 잎을 먹여 키우는 누에가 있다고 한다. 아주까리 잎을 먹은 누에는 뽕잎을 먹은 누에보다 더 큰 고치를 지을뿐더러 비단보다 질긴 섬유를 뽑아낸다. 고대(古代) 인도 왕실은 아주까리 누에 섬유로 최고급 외투나 양탄자를 짜서 썼다.

이런 말 들어봤니?

진드기가 아주까리 흉보듯
아주까리와 모양이 비슷한 진드기가 아주까리를 헐뜯듯이, 보잘것없는 주제에 남을 흉보는 것을 빗댄 말.

진드기와 아주까리 맞부딪친 격
서로 비슷비슷한 것끼리 맞붙어 옥신각신하는 것을 이르는 북한말.

● 자연과 인문을 버무린 과학비빔밥 3: 식물 편
권오길 글|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