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 데나 있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서 던져보자. 처음에는 잘 날아가지만, 곧 추락(墜落)하고 말 것이다. 1903년 라이트 형제가 만든 비행기도 처음엔 37m밖에 날아가지 못했다. 지금은 여객기를 타면 지구 반대편까지 시속 900㎞로 날아갈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 '나로호'는 날개 없이도 우주를 향해 힘차게 솟구쳐 날아갔다. 활주로도 필요 없다. 무게를 이겨내는 120% 이상의 강력한 추력(推力·앞으로 밀어붙이는 힘)이 있어서다. 우리가 타는 비행기는 양력(揚力·뜨는 힘)을 발생시키는 날개가 있어 무게의 25% 정도의 추진력만으로도 잘 날아간다. 날개를 이용할 뿐만 아니라 무게는 가볍고 공기저항은 작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날개에 작용하는 양력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속도가 빠른 전투기는 날개 면적이 작고 속도가 느린 글라이더는 날개 면적이 크다. 비행기는 활주로 위를 달리면서 뜰 수 있는 양력을 얻는다. 활주로를 빠르게 지나며 얻은 양력이 비행기의 무게와 같아질 때 공중에 뜨기 시작한다. 돌멩이를 멀리 던지면 잠깐은 날아가지만 날개가 없고 공기저항이 커서 결국 추락하고 만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원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비행기가 효율적으로 날기 위해서는 구조적으로 날개 윗면의 압력은 낮고 아랫면의 압력은 높아야 한다. 아래 그림은 비행기 날개를 자른 단면이다. 보통 날개 윗면은 볼록하고 아랫면은 평평하게 생겼다. 날개 주위 공기 흐름이 그림과 같이 흐른다고 할 때, 공기 흐름은 크게 A와 B로 나뉜다. 공기는 날개 윗면 쪽으로 흐르다가 a 위치에서 볼록한 장애물을 만나면 장애물을 피해 다른 쪽으로 흐른다. 그래서 A 부분은 날개의 윗면 앞부분을 지나면서 수축한다. 공기가 휘어져 흐르면서 구심력(求心力·중심에서 안쪽으로 잡아당기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할 때 원운동을 만들기 위해 줄을 잡아당겨야 하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방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원리를 알아야 한다. 질량보존의 법칙과 베르누이 원리다. 질량보존의 법칙은 개울물이 흘러갈 때 좁은 곳에서 물살이 빨라지는 원리로, 모든 단면에서의 물의 양이 같다는 법칙이다. a 위치에서와 같이 수축된 곳에서는 흐름 속도가 빨라지고, 공기가 날개 윗면을 흘러감에 따라 단면적이 증가하면서 b 위치에서의 흐름 속도는 느려진다. 강물이 넓은 곳으로 흘러갈수록 물살이 느려지는 것과 같다. 날개의 평평한 아랫면을 지나는 B 부분은 볼록한 윗면보다 만나는 장애물이 작다. B 부분은 a 위치만큼 수축되지 않으며, B 부분의 속도는 A 부분 속도보다 느리다. 질량보존의 법칙에 따라 윗면을 지나는 공기는 아랫면보다 더 빠르게 흐른다.
베르누이 원리는 속도 에너지와 압력 에너지의 합이 일정하게 보존된다는 원리로, 공기가 빠르게 흐르면 압력이 감소하고 느리게 흐르면 압력이 증가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공기가 빠르게 흐르는 날개의 윗면은 압력이 낮고, 느리게 흐르는 아랫면의 압력은 높아지므로 날개 위 방향으로 양력이 발생한다. 질량보존의 법칙과 베르누이 원리는 양력을 발생시키는 근본 원리다. 코로나19가 사라지고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면 날개 모양을 유심히 살펴보자. 비행기가 새롭게 와닿을 것이다. 비행의 원리를 알면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倍加)될 것이다.
▲한국항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공군사관학교 명예교수 ▲저서 ‘하늘에 도전하다’ ‘비행의 시대’ ‘하늘의 과학’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