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요. 선풍기와 에어컨이 없던 시절에는 무더운 여름철을 어떻게 지냈을까요? 조상의 지혜로운 여름 나기 방법을 찾아서 먼 옛날로 떠나봅시다!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우리 조상의 여름 나기

예전에는 더위를 쫓는 도구로 부채를 주로 썼어요. 추석과 설에 버금가는 명절인 음력 5월 5일 단오에는 더위가 시작된다고 해서 부채를 선물하는 것이 풍속이었죠.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려고 손을 부친다는 데서 나온 '부'자와 가느다란 도구라는 뜻인 '채'자를 합친 말이에요. '손으로 부쳐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라는 의미지요.

부채의 모습에는 놀라운 과학적 사실이 담겨 있어요. 태극선이라는 부채를 예로 들어볼게요. 태극선은 태극 모양을 그려넣은 둥그스름한 모양을 하고 있어요. '부채 윗부분의 길이:위의 너비:아래의 너비' 비율이 '3:3:2'예요. 길이와 위의 너비 교차점의 아랫부분과 윗부분의 비율은 2:1이지요. 이 비율은 가장 효과적으로 우리 몸 전체를 골고루 부칠 수 있다고 해요.

개울가에서 더위를 식히는 선비의 모습을 담은 ‘고사탁족도’.

위의 너비에 비해 길이가 길쭉한 부채는 바람이 멀리까지 갑니다. 하지만 만들어지는 바람의 양이 적고, 바람이 전달되는 폭이 좁대요. 위의 너비에 비해 길이가 짧아 넓은 부채는 바람이 전달되는 폭은 넓으나 바람을 멀리까지 보낼 수 없답니다. 부챗살이 길고 개수가 많으면 바람을 더 멀리 더 넓게 보낼 수 있지만 부칠 때 힘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오랜 경험 끝에 알맞은 비율의 부채를 만들게 됐어요. 이처럼 작은 부채 하나에도 조상의 노력과 과학이 담겨 있었던 거예요.

우리 조상은 여름을 날 때 자연을 최대한 활용했어요. 조상이 즐겨 입었던 모시옷이 대표적이죠. 모시는 모시풀 껍질로 만든 천이에요. 가볍고 까칠까칠하며 바람이 잘 통해서 여름 옷감으로 최고였어요. 그런데 모시는 옷감이 흐물흐물해서 그냥 입으면 살갗에 달라붙어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상은 모시에 풀을 먹이거나 등나무 줄기로 만든 등거리(등에 걸치는 옷) 등을 이용해 옷감이 몸에 달라붙지 않고 바람이 더욱 잘 통하도록 했지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서민들은 모시 대신 삼(뽕나뭇과 식물) 껍질에서 실을 뽑은 삼베로 옷을 만들어 입었어요. 삼베는 모시보다 촉감은 떨어지지만 태양열을 막아주고 바람이 잘 통해 시원하답니다. 특히 섬유질이 질겨서 오래 입을 수 있고 수분을 빨리 흡수하고 배출하죠. 곰팡이도 억제합니다. 그러니 삼베옷이 모시옷보다 기능이 뒤떨어지는 것만은 아니에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우리 조상의 여름 나기

하지만 무엇보다도 여름철을 시원하게 지내기 위해서는 주거 환경이 중요합니다. 대청마루는 이러한 점을 생각해서 만든 우리 고유의 집 구조예요. 넓은 대청마루에 앉으면 바람 한 점 없는 날에도 시원합니다. 이 시원함에는 대청마루로 바람을 유도하는 대류의 원리가 숨어 있답니다.

대부분의 한옥은 앞마당을 비워 두고 뒤쪽에는 산이 있거나 각종 꽃과 나무가 많아 그늘진 구조로 돼 있어요. 여름철에 햇볕이 앞마당에 내리쬐면 뜨거워진 공기는 밀도가 작아져서 위로 올라가죠. 그러면 집 뒤쪽에 있던 시원한 공기가 기압 차이 때문에 대청마루를 지나 앞마당 쪽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시원한 바람이 지나가면서 몸을 식혀 주는 거예요.

이때 대청마루의 뒷문을 작게 만들면 공기가 좁은 곳을 통과하면서 속도가 빨라져 더욱 시원함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대청마루에 누워 있으면 뒷문 아래쪽에 난 작은 문을 통해 들어간 바람이 대청마루 틈새로 나오면서 등을 시원하게 해 줘요.

[생각 발전소]

활동①  조상들은 우리 몸 전체를 골고루 부칠 수 있는 비율로 부채를 만들었어요. 이러한 부채를 제작한 조상에게 감사장을 전해보세요. 앞서 배운 내용을 감사장에 적어 넣으면 더 좋겠죠?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우리 조상의 여름 나기

활동②  나만의 여름 나기 방법을 그림으로 그린 뒤 설명을 적어보세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우리 조상의 여름 나기

글로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과학' (이찬희 글, 허다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