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하동군 지리산 자락에 위치한 칠불사에는 '아자방(亞字房)'이라는 온돌방이 있어요. 아자방은 방고래(구들장 밑에서 불길과 연기가 통하는 길, '고래'라고도 함)의 모양이 '亞(버금 아)'자처럼 생겼어요. 한 번 불을 지피면 40여 일 동안 따뜻하고, 그 온기가 무려 100일 정도나 유지된다고 해요. 우리 민족과 함께 숨 쉬어 온 온돌방. 그 안에는 어떤 과학 원리가 들어 있을까요?

열의 '대류'와 '전도' 현상을 이용한 난방

아자방은 1979년 ‘세계건축사전’에 기록돼 전 세계에 그 우수성을 알리고 있어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온돌

온돌은 우리 전통의 난방 방식이에요. 우리의 전통 집들은 난방을 위한 온돌과 냉방을 위한 마루가 균형 있게 결합한 구조를 갖춰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여름철 더위와 겨울철 추위를 이겨 내기 위한 방법이었죠.

온돌은 열의 대류와 전도 현상을 이용한 것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큰 구들장에 열이 저장됐다가 서서히 방출되면서 방을 따뜻하게 데워 주지요. 이제 온돌의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지펴 볼까요?

먼저 아궁이는 부엌의 바닥과 높이를 같게 해 산소가 잘 들어갈 수 있도록 했어요. 아궁이에 땔감을 넣고 불을 붙이면 뜨거워진 공기가 아궁이 속의 후렁이(불주머니) 위쪽으로 빠르게 상승하죠. 이때 후렁이의 부피는 일정하므로 후렁이 안의 공기 압력이 점점 높아지게 됩니다.

따라서 뜨거운 공기는 자연스럽게 부넘기(불고개)의 좁은 통로를 지나 온돌개자리(열주머니)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거예요. 그러면 공기의 속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천천히 소용돌이와 같은 기체의 흐름이 생기죠. 따라서 뜨거운 공기가 일시에 고래 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온돌개자리에서 잠시 머물게 됩니다.

이처럼 온돌개자리는 뜨거운 공기를 저장하는 창고 역할을 해요. 그리고 구들장 바로 아래를 지나는 뜨거운 공기는 대류로 인해 구들장을 데우면서 여러 갈래의 고래로 들어가 방 전체를 골고루 따뜻하게 해 주죠.

아랫목과 윗목의 구들장 두께가 다른 이유는?

(윗쪽 사진) 구들장으로 쓴 운모. (아랫쪽 사진) 굴뜩에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을 만들면 온돌의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어요.

구들장을 보면 우리 조상은 열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높았다는 사실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답니다. 구들장으로 사용하는 돌은 운모였는데, 운모는 뜨거운 열을 한꺼번에 방출하지 않고 서서히 전달하는 특성을 가져요.

한편 아랫목과 윗목의 구들장은 두께를 다르게 했는데, 아랫목의 경우 불을 지피는 아궁이와 가까우므로 너무 뜨거워질 수 있어 두꺼운 돌을 쓰고, 진흙도 두껍게 발랐어요. 이 때문에 아랫목의 구들장은 많은 양의 열을 저장할 수 있죠. 윗목의 구들장은 얇은 운모를 사용해 빨리 가열되도록 해 아랫목과 윗목의 온도 차이를 줄일 수 있었던 거예요.

이는 방이 식을 때도 마찬가지여서 아궁이로부터 열 공급이 중단된 후에 아랫목에 저장된 열이 서서히 방출되면서 고래에서의 대류로 인해 윗목의 구들장도 서서히 식었어요. 이처럼 온돌에 사용된 과학 지식은 그 어떤 과학 발명품과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요.

[생각 발전소]

①우리나라의 전통 난방 장치인 ‘온돌’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을 써보세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온돌

②아랫목과 윗목의 구들장 두께를 다르게 한 이유가 무엇인지 본문에서 찾아 밑줄을 그어 보세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온돌

③온돌방에서 사람들이 쉬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보세요. 말풍선을 넣어 대화를 꾸며봐도 좋아요.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온돌

글로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과학' (이찬희 글, 허다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