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무더운 여름철에도 냉장고 문만 열면 시원한 물과 얼음을 마음껏 먹을 수 있어요. 그런데 만약 냉장고가 없다면 여름철에 어떻게 얼음을 먹을 수 있을까요? 놀랍게도 우리 조상은 일 년 내내 얼음을 보관할 수 있는 창고를 만들었답니다. 그 창고 안에서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함께 여행을 떠나 봅시다.

더운 여름철이면 누구나 시원한 것을 찾게 되죠. 우리 조상 역시 '어떻게 하면 여름철에도 시원한 음식을 먹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어요. 그 결과 음식을 시원하게 보관하는 방법과 얼음을 여름철까지 저장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겠지요. 대표적인 얼음 저장고로는 신라 시대의 석빙고, 조선 시대의 동빙고와 서빙고를 들 수 있답니다. 석빙고는 말 그대로 '얼음을 넣어 두었던 돌 창고'예요. 현재 경주 월성에는 석빙고가 남북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어요.

이 석빙고는 신라 시대 지증왕 6년(505년)부터 조선 시대 고종 36년(1898년)까지 얼음을 저장했다가 사용한 곳이라고 전해집니다. 경주 외에도 안동, 창녕, 청도, 현풍, 영산, 북한의 해주 등지에 석빙고가 남아 있어요.

신라 때부터 얼음을 저장했던 석빙고.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석빙고
[어린이조선일보] [앗! 놀라운 전통과학] ―석빙고

조선 시대에 사용했던 동빙고와 서빙고는 나무로 만들어진 목조 빙고라는 점에서 돌로 만들어진 석빙고와 차이가 있어요. 이 목조 빙고는 일정한 깊이까지 땅을 파고 나무 기둥을 세워 창고를 만들어서 얼음을 저장했으나, 지금은 그 형태가 남아 있지 않아요. 당시에는 빙고를 관리하는 관청을 따로 둘 정도로 빙고를 귀한 재산으로 여겼답니다. 빙고에 보관한 얼음은 나라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 관청이나 궁궐 등에서 사용했거든요.

석빙고에 저장한 얼음을 여름철까지 녹지 않게 보관할 수 있었던 원리는 무엇인지 살펴봐요. 경주 월성의 석빙고는 지붕의 형태가 반원형이며, 세 곳에 환기통을 만들어 바깥 공기와 통할 수 있도록 했어요. 반지하에 만들어진 내부 공간은 길이 12m, 폭 5m, 높이 5m 정도이며 얼음을 저장할 때는 바닥이나 벽면에 열의 이동을 차단하는 단열재를 사용했답니다.

석빙고에서의 얼음 저장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누어져요. 첫 번째 단계는 얼음 저장에 앞서 추운 겨울철 내내 석빙고 내부를 냉각시키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얼음을 넣은 후 7~8개월 동안 내부를 차갑게 유지하는 거예요.

우선 석빙고 내부를 냉각시키는 방법의 핵심은 바로 출입문 옆에 돌을 쌓아 만든 날개벽에 있었어요. 겨울철에 부는 찬 바람은 이 날개벽에 부딪혀 소용돌이로 변해 석빙고 내부 깊은 곳까지 들어가서 내부의 온도를 낮춰 주었죠. 이때 날개벽은 조금 더 많은 양의 찬 바람이 석빙고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해 줬어요. 날개벽이 없었다면 대부분의 찬 바람은 석빙고를 그냥 지나쳤을 거예요. 실제로 경주에 있는 일반 지하실의 겨울철 기온이 10도 정도인 데 비해 석빙고 내부 기온은 영하 5도에서 영상 2도 사이쯤 돼요.

이처럼 석빙고는 '여름에도 얼음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저장 구조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던 조상의 노력이 만들어 낸 소중한 과학 유산이랍니다.

글로연‘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과학’(이찬희 글, 허다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