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은 방아로 곡물의 껍질을 벗긴 후, 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음식을 해 먹었어요. 지금부터 방앗소리가 들려주는 과학 원리들에 귀를 기울여 볼까요?
쌀을 얻기 위해서는 벼 낟알의 껍질을 벗겨야 해요. 그런데 그 작고 많은 껍질을 손으로 벗긴다고 생각해 보세요. 손가락도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릴 거예요. 그래서 우리 조상은 곡물의 껍질을 쉽게 벗기거나 가루로 만들 수 있는 방아를 만들었어요.
방아에는 절구방아(절구), 디딜방아, 연자방아, 통방아, 물레방아 등 여러 종류가 있답니다. 크기가 작아 집에서 손쉽게 곡물을 찧을 수 있었던 절구는 조상에게 가난과 한을 찧어 행복을 가져다준 소중한 생활필수품이었어요. 절구로 곡물을 찧으면 곡물과 곡물 사이 또는 곡물과 절구 사이의 마찰에 의해 곡물의 껍질이 벗겨진답니다.
디딜방아는 사람의 몸무게를 실은 발로 디디어 방아를 찧어요. 손과 허리의 힘으로 방아를 찧는 절구보다 힘이 덜 들고 일의 능률이 높겠지요? 디딜방아에 사용된 과학 원리는 바로 '지레의 원리'랍니다. 지레는 막대와 받침을 이용해 작은 힘으로 큰 힘을 얻는 도구예요. 방아다리에 발을 올려 눌렀다가 놓으면 공이가 높이 올라갔다가 중력에 의해 내려오면서 방아를 찧는 것이지요. 이때, 볼씨(받침)와 발(힘을 주는 곳)의 사이가 가까울수록 힘이 더 들고 멀수록 힘이 덜 든답니다.
한쪽이 가위처럼 벌어져서 두 명 이상이 나란히 서서 찧을 수 있는 양다리 디딜방아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우리 고유의 발명품이에요. 양다리 디딜방아를 찧을 때는 이야기를 나누거나 노래를 부르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겠죠.
이제 사람의 힘을 이용한 절구나 디딜방아의 원리를 잘 알았죠? 사람의 힘이 아니라 소나 말의 힘을 이용해 방아를 찧을 수 있도록 개발된 연자방아도 있어요. 여러 방아 중에서도 조상의 과학적인 지혜가 가장 돋보이는 방아는 자연의 힘을 이용한 통방아와 물레방아예요. 통방아(물방아)는 공이의 반대쪽에 있는 다리 자리에 물통을 설치했어요. 물통 속에 물이 가득 차면 물통은 무거워져서 내려가고 공이는 올라가게 되죠. 내려간 물통이 기울어져 물이 밖으로 쏟아지면 물통은 다시 가벼워지고, 그러면 공이가 내려오면서 확 속에 있는 곡물을 찧는 거예요.
물레방아에 대해서도 알아볼까요? 물레방아는 흐르는 물의 힘을 이용해 물레처럼 생긴 바퀴를 돌려서 곡물을 찧도록 설계됐어요. 물레방아는 디딜방아보다 곡식을 찧는 능력이 무려 17배 정도 뛰어나다고 해요. 이처럼 물레방아는 사람의 노력을 크게 줄여 주는 생활도구였어요.
물레방아의 작동 원리를 보면, 바퀴를 가로지르는 방아 굴대 양쪽에 눌림대를 설치해, 바퀴가 돌아감에 따라 방아채의 한쪽 끝이 눌리면서 공이가 들어 올려지게 돼 있어요. 바퀴가 한 번 돌 때마다 공이가 한 번씩 찧게 되는데, 물레방아는 바퀴의 크기와 물이 떨어지는 거리에 따라 회전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1분에 10~25회 정도 회전해요. 이 회전 운동에서 8~10마력의 힘이 생겨, 한 가마니의 벼를 찧는 데 25~40분이 걸린답니다.
요즘에는 시골에서도 전기로 작동되는 방아 기계로 벼를 찧어 쌀을 쉽게 얻고 있어요. 그러나 고급화된 현대 기계로 인해 조상이 만든 훌륭한 방아의 가치를 잊어서는 안 되겠죠.
글로연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우리 민족과학' (이찬희 글, 허다경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