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는 어둠의 새라고들 부르죠. 부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까만 데다가 덩치가 커서 그런가 봐요. 반면 까만 몸의 까치는 반가운 새라고 여겨요. 그런데 이 둘은 생물학적으로 매우 가까운 이웃사촌 사이랍니다. 견우와 직녀 이야기 다들 알죠? 그 이야기에는 견우와 직녀가 칠석날 만날 수 있도록 이어주는 다리가 등장해요. 바로 오작교죠. 이 오작교를 바로 까마귀(오)와 까치(작)가 만들었대요.
까마귀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령스러운 새였어요. 거울에 비친 자신을 알아채는 몇 안 되는 동물이고 나뭇가지와 돌 같은 도구를 놀랍도록 잘 쓴대요.
우리나라 텃새인 큰부리까마귀는 까치보다 3배쯤 무겁고 부리도 더 크고 두꺼워요. 우리나라뿐 아니라 동아시아와 히말라야에도 살아요. 먹이는 경작지나 도시, 물가, 풀밭 등에서 구하지만 잠은 꼭 숲에서 자요. 보통 3~5개 알을 낳고 18일 정도면 부화해요. 따뜻한 곳에서는 12월에도 알을 낳지만, 대개는 3~5월에 번식을 한대요.
울산 태화강 주변에 있는 삼호 대숲은 넓어서 새들의 먹이가 풍부해요. 이곳은 천수만과 금강호와 함께 세계적인 까마귀 서식지예요. 올해는 중국과 만주에 사는 떼까마귀와 갈까마귀가 10만 마리나 삼호 대숲을 찾았대요. 덕분에 다닥다닥 전선에 내려앉은 황혼의 풍경을 연출한대요. 다른 새들한테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죠.
까마귀는 생태계 건강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어요. 까마귀가 먹은 열매와 씨가 똥으로 나와 씨가 멀리까지 퍼지게 도와주거든요. 그런데 문제를 일으킬 때도 있어요. 까마귀는 잡식성이라서 소형 동물을 잘 먹어치우는데요. 스리랑카에서는 까마귀 때문에 도롱뇽이 멸종위기라고 해요. 태화강에도 까마귀 떼가 많은데 혹시나 태화강에 사는 소형 동물들이 피해를 보진 않을까 걱정이 돼요.
까마귀는 경작지나 농장 부근에 무리지어 몰려 살지만 음식이 버려진 곳이나 얻기 쉬운 곳에서도 자주 볼 수 있어요. 영화나 TV에 나온 옛 전쟁터 모습을 보면 까마귀가 하늘을 뒤덮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인가 봐요. 또 대규모 쓰레기 매립장에도 까마귀가 자주 날아들어요. 독수리와 갈매기도 달려들어 아수라장이 되지만 그 속에서도 생태계가 잘 돌아가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