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권을 떠도는 방랑자 같은 동물이 있어요. 북극여우<사진>예요. 북극을 호령하는 동물은 맹수 중에서 가장 큰 북극곰이지만 북극 생태계를 다듬는 관리자는 북극여우랍니다. 참고로 여기서는 툰드라와 그 바로 아래 침엽수림 한대 일부를 묶어 북극이라 하고, 풀과 이끼가 자라는 툰드라 중심으로 말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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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여우는 매년 수천 ㎞를 돌아다녀요. 북극에서 가장 활동적이죠. 새끼를 낳고 기를 때는 흙이나 돌무더기에 굴을 파고 살지만 겨울에는 멀리까지 먹이를 찾아 헤매요. 겨울 방랑 중에는 눈 위에서 눈을 붙이거나 눈 속에 몸을 파묻고 북극의 눈보라를 버텨요. 북극여우는 어떻게 이 추위를 이겨낼 수 있었을까요? 우선 털가죽이 온몸을 감쌀 정도로 두툼하대요. 또 작은 귀와 발바닥까지 털이 덮고 있어요. 털이 두툼한 꼬리로 입과 코도 감싸고요.

북극권은 긴 겨울 동안 눈에 파묻히고 여름에만 풀과 이끼가 돋아요. 레밍이라는 쥐는 풀과 이끼를 닥치는 대로 먹으면서 대량으로 번식하는데요. 북극여우는 이 레밍을 사냥하면서 북극에 풀과 이끼가 푸르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요.

포유류 중 북극여우는 다산왕으로 꼽혀요. 보통 새끼를 6~12마리 정도 낳는데요. 많을 때는 20마리도 낳는다고 해요. 북극여우의 수명은 3~10년 정도예요. 태어난 지 아홉 달이 지나면 번식을 할 수 있어요. 임신 기간이 두 달이 채 안 된다고 해요. 레밍보다 번식이 느리지만, 몸무게가 4.5㎏까지 나가 레밍의 40배가 넘기 때문에 레밍의 수를 빠르게 조절할 수 있어요. 약 4년 주기로 레밍이 많아지면서 북극여우가 뒤따라 많아지고 레밍이 줄어들면서 뒤따라 북극여우가 줄어들며 북극 생태계가 조정됩니다.

북극여우는 청각과 후각이 매우 뛰어나요. 1~2m나 눈이 쌓인 구멍 속에 있는 레밍의 냄새와 소리를 알아채고 사냥해요. 여우답게 맞닥뜨리는 적을 피할 입구와 출구를 많이 두는 편이에요. 100개까지 출입구가 있는 굴도 있고 수백 년을 대대로 지켜 쓴 굴도 있었대요. 이런 습성은 레밍이나 붉은여우, 붉은토끼도 있지만 북극여우만큼은 못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