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중학교 3학년생이 치를 대학 입시가 크게 달라질 모양이다. 교육 당국이 고등학생들을 '문과'(인문계)와 '이과'(자연계)로 구분해서 가르쳤던 관행을 바로잡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문과와 이과를 구분해 교육하는 건 일제 강점기에 시작됐다.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를 고려해 불필요한 과목을 배우지 않으면 학습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그럴듯한 이유에서다. 그래서 문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수학과 과학을, 이과를 선택한 학생들은 국어와 사회를 깊이 배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문과와 이과를 구분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과학기술 시대인 21세기에 수학 논리와 과학 상식이 필요 없는 학문 분야나 직업을 찾아내기란 간단하지 않다. 실제로 대학의 학문 분야와 직업을 문과와 이과로 명확하게 구분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인류 문화와 기원, 특징을 연구하는 '인류학'은 문과와 이과의 특성을 모두 가진 대표적인 학문이다. 생물로서 인류의 유래와 특징을 연구하는 인류학(자연인류학)은 이과 분야의 특징을 가진다. 그러나 인류가 형성한 문화와 사회의 구조를 연구하는 인류학(문화인류학)은 문과의 특성을 띤다. 문과, 이과의 구분이 명확한 우리나라의 경우, 인류학은 후자인 문과로 인식된다.

수학적인 분석을 요구하는 경제학과 경영학은 문·이과 구분에 희생된 분야다. 수학과 과학을 충분히 공부하지 못한 문과생들은 수준 높은 수학을 활용해야 하는 경제학과에 진학하면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다. 반대로 국제법 지식이 반드시 필요한 해양학이나 법학 지식이 필요한 법의학을 전공하는 이과생들도 소양 부족으로 고통받는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문과적 성향과 이과적인 성향을 두루 갖춘 학생이 다른 한 분야를 접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학생의 적성을 키워준다는 핑계로 절반의 적성을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셈이 된다.

사실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문·이과 구분 교육은 학생을 위해 만든 제도가 아니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능인을 키우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과목의 교육을 하지 않음으로써 교육 비용을 아껴보려는 시도였다. 문·이과를 구분하는 교육은 학생의 진로를 제한한다. 운동선수를 양성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학교 수업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의 진로는 아무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다. 다른 사람과의 소통에 필요한 언어적, 논리적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수학, 역사화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사회, 그리고 자연과 인간에 대한 합리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학은 미래를 살아가는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필요한 소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