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조선일보] [이덕환의 흥미진진 과학세상] 에어컨, 어떻게 찬바람 만들어 낼까

언젠가부터 우리는 에어컨의 찬바람에 중독돼 버렸다. 가슴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에어컨 바람이 반갑기는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에어컨이 엄청난 양의 전기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기요금만 부담하면 그만이지만, 국가적으로는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 엄청난 경제적, 환경적 부담을 감당해야만 한다.

에어컨의 작동원리는 냉장고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것들은 액체가 기체로 증발하는 과정에서 주위에서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이용한다. 바람이 불어서 피부에 묻어 있던 땀이 증발하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원리를 이용한다는 뜻이다. 더운 여름에 마당에 물을 뿌리거나, 정원에 연못이나 분수를 만들면 시원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암모니아나 염화플루오린화탄소(CFC)과 같은 '냉매'를 이용하는 냉동장치다. 냉장고나 에어컨에서 사용하는 냉매는 조금만 압축하면 액체가 되고, 압력을 낮춰주면 쉽게 증발해서 기체가 된다. 다만 암모니아는 사람에게 강한 독성을 나타내고, 달걀 썩는 냄새가 심해서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참치와 육류를 급속으로 냉동하는 대형 냉동기에는 아직도 암모니아를 사용한다. 1930년대에 미국에서 개발된 CFC는 색깔도 없고, 맛도 없고, 냄새도 없으면서 사람에게 독성을 나타내지도 않는다.

전기모터를 이용해서 압축한 냉매를 작은 파이프를 통해 뿜어주면 기체로 변하면서 주위의 온도가 떨어진다. 냉장고의 안쪽에 들어 있는 냉동기나 에어컨의 몸체에 들어 있는 냉동기가 모두 그런 원리를 이용한 장치다. 냉동기를 통과한 냉매는 냉장고 뒤쪽이나, 에어컨의 실외기로 보내서 전기모터로 회전하는 선풍기로 식혀주면 냉매가 다시 액체로 변하게 된다. 차갑게 식은 냉매를 압축기로 다시 압축해서 냉동기로 보내는 과정이 반복된다. 냉장고와 달리 에어컨에는 차가운 바람을 실내로 보내는 별도의 전기 선풍기가 붙어 있다.

냉장고와 에어컨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문제가 생기고 있다. 냉장고와 에어컨에 냉매로 사용하는 CFC는 성층권의 오존층을 깨뜨리는 고약한 부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오존층이 깨지면 태양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자외선이 지표면까지 도달해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자외선이 눈과 피부에 심각한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냉장고와 에어컨 사용으로 전기 소비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발전소에서 생산하는 전기보다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게 되면 전국적인 전력 공급망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된다. 전기 소비가 늘어나면 전압이 떨어지고, 발전소의 발전기가 과열돼 결국에는 더 이상 전기를 생산할 수 없게 된다. 자칫하면 전국적으로 전기 공급이 끊어지는 대정전(블랙아웃)이 발생하게 된다. 병원 기기, 방송, 전철이 모두 멈추는 대혼란이 일어나게 된다는 뜻이다. 오전 11시와 오후 2~3시 사이의 피크타임에는 에어컨을 끄고 더위를 견디는 지혜가 꼭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