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전지의 재료를 만들던 공장에서 많은 양의 염산이 새나오는 사고가 일어났다. 최근에 계속된 추위에 염산이 얼면서 저장 탱크에 연결된 파이프의 연결 부위가 부서지면서 생긴 사고였다고 한다. 청주의 화학공장에서는 작업자의 실수로 플루오르산(불산)이 들어 있는 파이프가 파손되는 아찔한 사고도 있었다. 맹독성 위험물질 관리에 더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염산은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소이온과 염소이온이 결합한 염산(HCl)은 황산과 함께 화학 산업에서 널리 사용되는 중요한 화학물질이다. 인류가 본격적으로 염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산업혁명부터였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매년 2000만 톤 이상 소비되는 염산은 여러 종류의 화학공장에서 부산물로 생산된다. 유럽에서는 '소금의 영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

순수한 염화수소는 상온에서 기체 상태로 존재한다. 그런 염화수소가 물에 녹아 있는 수용액이 바로 '염산'이다. 화학공장에서는 염화수소가 35% 정도 녹아 있는 진한 염산을 사서 공정에 필요한 농도로 묽혀서 사용한다. 염산은 화학공장에서 수용액의 수소이온 농도를 조절하는 목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수소이온의 농도에 따라 화학반응의 속도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에 녹아 있는 염화수소는 모두 수소 양이온과 염소 음이온으로 분리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래서 염산을 '강산'이라고 부른다. 황산과 질산이 모두 그런 특성을 가진 강산이다. 물에 녹아도 일부만 양이온과 음이온으로 분리되는 '약산'도 있다. 식초의 신맛을 내는 아세트산이나 구미의 화학공장에서 쏟아져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던 불산(플루오르산)이 대표적인 약산이다.

염산은 금속을 녹슬게 하는 부식성이 강하고, 생물의 조직을 파괴하는 치명적인 맹독성 물질이다. 염산이 피부에 닿으면 심한 화상이 생긴다. 실수로 염산이 피부나 옷에 묻으면 곧바로 많은 양의 물로 씻어내야 한다. 염산이 화장실 소독이나 표백제로 많이 사용하는 산화제와 반응하면 치명적인 독가스인 염소 기체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우리는 염산의 독성을 교묘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위에서 분비되는 위액은 아주 진한 염산 용액이다. 위액은 음식물에 묻어 있는 미생물(박테리아)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가 오염된 음식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 것이 바로 위액에 들어 있는 염산 덕분이라는 뜻이다.

물론 위벽도 직접 염산에 닿으면 녹아버린다. 다행히 위벽을 덮은 끈적끈적한 점액이 위벽을 보호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위벽에 염증이 생기면 문제가 된다. 점액으로 충분히 보호되지 않은 위벽이 위액에 닿아서 심한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위액이 식도로 올라와서 식도에 심한 염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염산이 수산화나트륨(NaOH)과 만나면 소금(NaCl)과 물로 변하는 중화반응이 일어난다. 맹독성의 염산과 역시 맹독성의 수산화나트륨이 만나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소금과 물이 만들어지는 산과 염기의 중화반응은 감동적인 화학의 신비다. 우리는 화학물질의 독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현명하게 이용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물론 충분한 주의가 필요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