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이한 기생충을 소재로 한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흥행 1위를 하며 인기를 끌고 있어요. 이 기생충은 바로 ‘연가시’. 뇌를 조종해 감염된 인간을 물가로 끌어들여 익사시킨다는 내용이에요. 이 때문에 연가시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어요. 오늘 과학뉴스 시간에는 연가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게요.

◆곤충의 뇌 조종하는 기생충 '연가시'

곤충에 기생하는 연가시의 모습.

연가시(Gordius aquaticus)는 철사처럼 가느다란 모양으로 사마귀나 여치와 같은 곤충의 몸 안에 기생하는 생물이에요. 몸길이는 90cm가량으로 실같이 가늘고 몸빛은 검습니다. 연가시에 속하는 종류만 약 300여 종에 달한다고 하네요. 눈에 잘 띄지 않을뿐더러 산란을 위해 기생하는 생물체의 뇌를 조종하는 특이한 생존방식 때문에 학계를 비롯한 곤충 애호가들은 치명적인 공격성을 가진 연가시를 ‘에어리언’이라고 부르기도 하지요. 워낙 특이종이고 기생충 중 가장 악질이라 과학자들이 많이 연구하는 생물체이기도 합니다.

물을 통해 곤충의 몸속으로 침투해 기생하는 연가시는 성충(곤충류의 일생 중 최종적으로 성숙한 단계를 가리킴)이 되면 알을 낳기 위해 물로 돌아가야 하는데, 이때 기생하는 생물체의 뇌를 조종해 스스로 물가로 뛰어들게 합니다.

연가시는 성충이 수십만 개의 알을 낳으면 유충 상태로 물속에 사는 유충의 몸속으로 들어가 기생을 시작하지요. 잠자리 등 약충(불완전변태를 하는 곤충의 어린 형태) 또는 유충 형태로 어린 시절을 물속에서 보내다가 성충이 돼 물 밖으로 나오는 곤충이 주요 감염대상입니다. 물 밖으로 나온 감염 곤충을 사마귀 등 포식성 곤충이 잡아먹으면 연가시도 포식자의 몸속으로 옮겨가게 되지요.

포식자의 몸에서 양분을 빼앗아 먹으며 몸집을 불린 연가시는 산란기가 되면 감염 곤충을 조종해 물가로 유인하고 나서 익사시키고 배를 뚫고 나와 다시 물속에 알을 낳으면서 생활을 시작하지요. 화학물질을 분비해 감염 곤충의 뇌를 조종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원리는 아직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어린이조선일보] [과학뉴스] 곤충 몸속에 기생해 자살 유도하는 '연가시'… 인간의 뇌 조종도 가능할까?

◆곤충 이외엔 감염되지 않아

영화에서는 연가시가 사람의 몸에 들어가 인간의 뇌를 조종해 자살하게 하는 충격적인 설정을 다룹니다. 하지만 어린이 여러분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영화 속 공포가 이뤄질 가능성은 없기 때문이지요. 연가시류가 곤충 이외의 동물에 기생해 이상행동을 나타냈다는 보고는 지금까지 학계에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은 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연가시는 곤충의 먹이사슬을 통해서만 감염할 수 있고, 특성상 사람에 기생할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연가시는 곤충을 옮겨 다니면서 기생하기 때문에 어류·조류·포유류 등에서는 기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지금까지 물속 곤충을 주요 먹잇감으로 삼는 물새류에서도 연가시가 감염된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만일 사람이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을 날로 먹었다면 연가시가 사람 몸속으로 들어올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곤충에 나타나는 이상행동이 사람에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곤충의 몸에 적응됐던 기생 방식이 단시간에 사람에게 맞도록 바뀔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연가시가 사람의 피부를 뚫고 들어가거나 생식기·구강을 통한 감염 가능성도 없습니다. 지금까지 연가시에 대한 위험 사례는 한국과 일본에서 ‘돌발적 인체 침입’ 사건이 전부입니다. 곤충을 날로 먹었다가 복통을 일으킨 환자의 토사물에서 연가시가 검출됐다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이 경우에도 연가시의 조종에 의한 이상행동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