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지난해 5월 공개한 다양한 형태의 은하계 사진.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연구하는 ‘천문학’은 인류가 가장 먼저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과학 분야로 알려져 있다. 고대 문명의 발상지에 살았던 사람들은 대부분 천문학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들에겐 하늘에서 관측되는 변화를 이용해 계절을 알아내고, 앞으로 일어나게 될 일을 점치는 게 가장 중요한 목적이었다.

우리가 밤하늘에서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대략 2000개 정도다. 하늘에 떠있는 모든 별들은 초저녁에 동쪽 하늘에서 떠올라 새벽에 서쪽 하늘로 진다. 별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던 우리 조상들은 하늘의 별들은 모두 둥근 천장에 붙어서 반짝이고 있다고 생각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16세기까지 모든 사람들이 분명한 진실이라고 믿었던 ‘천동설’은 바로 그런 믿음에서 시작됐다.

물론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이 모두 같은 것은 아니다. 유난히 밝은 별도 있지만, 희미하게 빛나는 별도 있다. 2000개의 별이 백사장의 모래처럼 균일하게 분포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별들이 분포하고 있는 모양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고대 천문학자들에게 가장 절박하게 필요했던 것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별들의 분포를 기억하는 것이었다. 고구려 고분에서도 발견되는 ‘천문도’와 오늘날의 ‘별자리’가 모두 그런 노력에서 만들어졌다.

예외도 있었다. 해는 다른 별들이 서쪽 하늘로 자취를 감춘 뒤에야 모습을 드러낸다. 달의 움직임도 규칙적이기는 하지만 독특했다. 수성·금성·화성·목성·토성 등의 움직임은 더욱 복잡했다. 가끔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움직이는 역행(逆行)도 관찰됐다. 고대 천문학자들이 다른 별들과 다르게 움직이는 7개 천체의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별들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우주의 원리라고 믿었다. 동양의 전통 사상인 ‘음양오행설’도 이 같은 원리에서 출발한 것이었고, 오늘날 1주일이 7일이 된 것도 그런 천문학적 근거에서 시작된 전통이다.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타나는 별똥별(유성·流星)도 천문학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천문학자들은 별똥별이 나타나는 위치와 움직임, 그리고 색깔에서 미래의 일을 예측하려고 애를 썼다.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혜성이나 초신성도 연구 대상이었다. 해와 달에서 관찰되는 일식이나 월식도 마찬가지였다. 흔치 않은 천문 현상들이 국가의 좋은 일이나 나쁜 일, 또는 위대한 인물의 탄생이나 죽음을 예고해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고대의 천문학자들이 대부분 점성술사의 역할을 했던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대 천문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계절을 알려주는 ‘달력’이란 점이었다. 특히 계절의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농경 사회에선 달력을 제작할 수 있는 천문관측 능력이 중요했다. 역사적으로 농경 사회를 벗어나지 못했던 중국의 천문학은 20세기가 시작될 때까지도 전통적인 방법으로 달력을 만드는 일에 집착했다. 반면 서양의 사정은 달랐다. 16세기경부터는 전통적인 천문학적 해석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현대적 의미의 ‘지동설’이 등장하면서 서양의 천문학은 현대의 천체물리학과 우주론으로 놀라운 발전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