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 세계 이론물리학자들을 흥분시킨 사건이 발생했다. ‘신(神)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 보존(Higgs boson)’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지난 연말, 유럽연합이 운영하고 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 가속기인 대형강입자충돌기(LHC)에서 있었던 일이다. 만약 이 실험의 결과가 사실로 밝혀지면, 지난 40여 년 동안 애타게 기다려왔던 우주의 구성에 대한 ‘표준 모형’이 ‘모든 것의 이론’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게 된다. 21세기 최대의 과학적 성과가 완성되는 것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 있는 대형강입자충돌기(LHCㆍ거대강입자가속기) 내부. 이곳에서‘신의 입자’로 불리는‘힉스 보존’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스티븐 와인버그와 압두스 살람이 1968년에 제시한 ‘표준 모형’은 태초의 우주가 어떤 척도(규모)에서 살펴보더라도 대칭적이었다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137억 년 전 대폭발(빅뱅)로 탄생한 태초의 뜨거운 우주는 완벽하게 대칭적이었다. 모든 것이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움직임을 가로막는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공간 전체가 밝은 빛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는 얘기도 그런 대칭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태초의 우주에는 빛의 입자인 ‘광자’의 움직임을 가로막는 질량을 가진 입자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우주는 다르다. 우주에 존재하는 ‘질량을 가진 입자’들이 문제다. 이들은 태초의 우주가 가지고 있던 대칭성을 파괴해 버렸다. 오늘날의 우주에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6종의 ‘쿼크’(u·d·c·s·t·b)와 6종의 ‘렙톤’ ‘경입자’(전자·뮤온·타우·전자중성미자·뮤온중성미자·타우중성미자) 등을 포함하는 기본 입자들은 태초의 우주가 가지고 있는 대칭성이 깨져야만 존재할 수가 있다는 뜻이다. 태양과 지구와 달과 인간을 포함한 우주 만물이 이 같은 입자들로 구성돼 있다.

표준 모형에서는 질량을 가진 기본 입자들 사이에 힘을 전달해주는 ‘게이지 입자’를 이용해 대칭성 파괴의 문제를 해결한다. 전자기력을 전달해주는 ‘광자’, 약한 핵력을 전달해주는 ‘W’와 ‘Z’, 강한 핵력을 전달해주는 ‘접착자(gluon)’가 바로 게이지 입자의 역할을 하는 4종의 ‘보존’들이다. 이미 알려져 있던 광자를 제외한 3종의 보존 존재도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노력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기본 입자들의 질량이다. 표준 모형에서는 ‘힉스 보존’을 이용해 질량을 가진 기본 입자의 등장 과정을 설명한다. 대칭적이고 균일하던 태초의 우주에 힉스 보존이 등장하면서 입자들이 질량을 갖게 됐고, 현재의 우주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힉스 보존을 신의 입자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힉스 보존의 존재가 확인되면 드디어 17종의 기본입자로 구성된 표준 모형이 완성된다. 올해로 83세가 된 피터 힉스와 79세의 스티븐 와인버그만큼 힉스 입자의 확인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론물리학자도 없을 것이다. 반면, 스티븐 호킹처럼 표준 모형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고 주장하는 이론물리학자도 있다. 정교하게 진행된 실험이 그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역할을 한다. 모든 과학자는 실험에서 얻은 증거 앞에서 겸손해지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