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짓기를 통해 자신과 닮은‘2세’를 빚어내는 능력은 생물이 지닌 가장 독특한 성질이다. 사진 은 연꽃에 내려앉아 짝짓기에 한창인 왕잠자리 한 쌍의 모습.

생명이란 무엇일까? 결코 쉽지 않은 질문이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생명은 ‘살아 숨 쉬는 힘’이다. 생명을 지닌 물체를 가리켜 우린 ‘생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무엇이 ‘살아 있다’는 건지, ‘숨 쉬는 것’이 생명에 왜 그리 중요한지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생물을 동물·식물·미생물로 구분한다는 사전의 설명도 과학적으로 온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사실 생명의 정의는 시대와 문화에 따라 조금씩 달라져 왔다.

현대적 의미에서 생물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선 물리적으로 공간을 차지하는 몸체가 있어야 한다. 크기엔 제한이 없다. 공룡이나 코끼리처럼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는 생물도 있고, 박테리아처럼 너무 작아 맨눈으론 그 존재를 확인할 수도 없는 생물도 있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것, 이를테면 유령은 생물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생물은 외부 물질과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생물은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다. 사전에 나와 있는 ‘숨 쉰다’는 건 바로 그런 의미다. 공기 중 산소를 받아들여 포도당을 연소시킬 때 발생하는 에너지로 이용하고, 그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는 다시 공기 중으로 내뿜는 것 또한 정보 교환의 하나다. 음식물을 통해 영양 물질을 흡수하고 남은 찌꺼기를 외부로 배설하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외부 온도와 습도의 변화는 물론, 먹이와 포식자(捕食者·다른 동물을 먹이로 하는 동물)의 존재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한 정보 교환 활동이다.

마지막으로 생물의 가장 중요하고도 독특한 특징은 자신과 닮은 후손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법은 다양하다. 박테리아처럼 스스로 둘로 갈라져 후손을 만드는(단성생식) 생물이 있는가 하면, 사람처럼 암수로 나뉜 개체가 생식세포의 수정을 통해 후손을 만드는(양성생식) 생물도 있다.

생물에게 번식은 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방법이다. 생물을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지형이나 기후가 변하기도 하고, 먹이사슬로 구성된 생태 환경이 바뀌기도 한다. 환경의 변화가 적다면 부모를 닮은 후손이 생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할 경우 부모를 닮지 않은 후손이 번성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변이(돌연변이에 의해 후손에게 나타나는 변화)는 자연에 의해 선택된다’는 다윈의 진화론이 바로 여기서 나왔다.

자연엔 몸체가 있고 외부와 상호 작용도 하지만 번식 능력을 갖추지 못한 존재도 있다. 신종 플루와 구제역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현대 과학은 바이러스를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존재’로 정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