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시대는 신생대(약 6500만 년 전~현재)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생대는 ‘제3기(Tertiary)’와 ‘제4기(Quaternary)’라는 두 개의 지질시대로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층서위원회(ICS)는 신생대를 고신생기(약 6500만 년~2300만 년 전), 신신생기(약 2300만 년~250만 년 전), 제4기(약 250만 년 전~현재)로 나누었습니다.

신생대 초 지구의 자연은 현재와 매우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륙의 분포도 지금과 비슷해졌고, 식물에 꽃이 피고 곤충들이 날아들고, 바다에도 지금과 비슷한 동·식물들이 살게 되었습니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바로 포유류의 번성입니다. 중생대 말에 거대한 지배자였던 공룡을 포함한 파충류 대부분이 멸종하자, 그때까지는 주로 밤에만 활동하며 쥐 죽은 듯 지내던 포유류들이 공룡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신생대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에오세(약 5500만 년~3400만 년 전)에는 소, 말, 사슴, 돼지, 코뿔소, 낙타, 코끼리, 고래를 비롯해 인류의 조상인 영장류 등 지금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포유류들이 나타났다고 해요.

신생대 중반 육지의 모습. 1. 코뿔소 2. 원시 멧돼지 3. 원숭이의 조상 4. 원시 사자 5. 원시 사슴

포유류는 중생대 동안 기온이 낮은 밤에 포식자를 피해 활동하기 좋도록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온혈동물로 진화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장점이 되어, 파충류 포식자들이 사라지자 포유류는 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연약한 동물에게도 강한 구석이 있어서 기회가 왔을 때,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렇게 온혈의 특징을 가진 생물들은 신생대 후반의 강력한 빙하기를 잘 넘겨 아직까지 지구에 번성하고 있으니까요.

지질시대의 구분

좁은 의미로 지질시대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의 연령인 약 40억 년 전부터 인간이 문자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역사시대(약 6000년 전부터) 이전까지를 뜻한다. 화석의 변화로 지질시대를 나누기 때문에, 화석이 없는 선캄브리아기 이전(약 5억 4000만 년 이전)을 '생물이 숨었다'는 뜻의 은생이언(隱生Eon), 캄브리아기 이후를 '생물이 보인다'는 뜻의 현생이언(現生Eon)이라 부른다. 이언은 다시 고생대, 중생대와 같은 '대(代·Era)'로, 대는 캄브리아기, 석탄기와 같은 '기(紀·Period)'로, 또 기는 에오세, 홀로세 등의 '세(世=Epoch)'로 구분된다. 즉 우리는 '현생이언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살고 있다.


/ 이승배 박사(서울대 지구환경과학 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