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지질시대는 신생대(약 6500만 년 전~현재)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신생대는 ‘제3기(Tertiary)’와 ‘제4기(Quaternary)’라는 두 개의 지질시대로 구분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국제층서위원회(ICS)는 신생대를 고신생기(약 6500만 년~2300만 년 전), 신신생기(약 2300만 년~250만 년 전), 제4기(약 250만 년 전~현재)로 나누었습니다.
신생대 초 지구의 자연은 현재와 매우 닮은 모습이었습니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륙의 분포도 지금과 비슷해졌고, 식물에 꽃이 피고 곤충들이 날아들고, 바다에도 지금과 비슷한 동·식물들이 살게 되었습니다.
이 중 가장 흥미로운 사건은 바로 포유류의 번성입니다. 중생대 말에 거대한 지배자였던 공룡을 포함한 파충류 대부분이 멸종하자, 그때까지는 주로 밤에만 활동하며 쥐 죽은 듯 지내던 포유류들이 공룡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신생대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에오세(약 5500만 년~3400만 년 전)에는 소, 말, 사슴, 돼지, 코뿔소, 낙타, 코끼리, 고래를 비롯해 인류의 조상인 영장류 등 지금 살고 있는 거의 모든 종류의 포유류들이 나타났다고 해요.
포유류는 중생대 동안 기온이 낮은 밤에 포식자를 피해 활동하기 좋도록 체온을 유지할 수 있는 온혈동물로 진화했습니다. 이것이 하나의 장점이 되어, 파충류 포식자들이 사라지자 포유류는 지구의 거의 모든 지역으로 빠르게 퍼져 나갈 수 있었습니다. 연약한 동물에게도 강한 구석이 있어서 기회가 왔을 때, 그 장점을 살릴 수 있다는 자연의 이치는 참으로 신기합니다. 이렇게 온혈의 특징을 가진 생물들은 신생대 후반의 강력한 빙하기를 잘 넘겨 아직까지 지구에 번성하고 있으니까요.
지질시대의 구분
좁은 의미로 지질시대란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암석의 연령인 약 40억 년 전부터 인간이 문자로 기록을 남기기 시작한 역사시대(약 6000년 전부터) 이전까지를 뜻한다. 화석의 변화로 지질시대를 나누기 때문에, 화석이 없는 선캄브리아기 이전(약 5억 4000만 년 이전)을 '생물이 숨었다'는 뜻의 은생이언(隱生Eon), 캄브리아기 이후를 '생물이 보인다'는 뜻의 현생이언(現生Eon)이라 부른다. 이언은 다시 고생대, 중생대와 같은 '대(代·Era)'로, 대는 캄브리아기, 석탄기와 같은 '기(紀·Period)'로, 또 기는 에오세, 홀로세 등의 '세(世=Epoch)'로 구분된다. 즉 우리는 '현생이언 신생대 제4기 홀로세'에 살고 있다.
/ 이승배 박사(서울대 지구환경과학 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