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랑스 중부의 욘느 지방으로 떠나볼까요?
이곳에 있는 약 1만 5000년 전 구석기 시대 유적지에서 신기한 유물이 발견되었습니다. 바로 삼엽충 화석으로 만든 펜던트입니다. 학자들은 이 물건이 부적이나 장신구로 쓰였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이 펜던트의 발견으로 유적지의 이름이 ‘삼엽충 동굴’로 붙여지게 되었다니 그럴 듯하죠?
삼엽충 화석으로 만들어진 선사시대 유물은 이 밖에도 미국, 캐나다, 호주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중국 북동부 지방에서는 삼엽충 화석이 아주 많이 들어있는 석회암이 유명한데 중국인들은 삼엽충 꼬리의 모습이 마치 날아가는 제비를 닮았다 하여 예로부터 ‘제비돌’이라 불렀습니다. 서양인들은 암석에 붙어 있는 삼엽충의 꼬리가 마치 날아다니는 박쥐와 같다고 해서 ‘박쥐돌’이라고 불렀어요.
이 지역에서는 제비돌로 만든 여러 가지 장식품이나 벼루 같은 공예품이 유명합니다. 제비돌에 대한 이야기는 4세기 경 중국의 문헌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해요. 옛날에는 화석이 무엇인지 몰랐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우리 인류는 아주 오래 전부터 삼엽충 화석을 신기하게 또는 아름답게 생각해 왔다는 증거가 아닐까요?
이제까지 우리는 선캄브리아기 말부터 생명이 빠른 속도로 진화했고 청장(澄江)과 버제스 화석들을 통해서 캄브리아기에 접어들면서 아주 다양한 생물들이 살았다는 사실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지금은 볼 수 없는 생물의 화석들이 말해 주듯 생명의 역사는 끊임없는 진화와 멸종의 역사입니다.
공룡처럼 한 번 나타난 생물은 언젠가는 사라지는데 어떤 생물들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해서 아주 오랫동안 번성하기도 합니다. 고생대에 번성했던 ‘삼엽충’이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죠. 고생대는 캄브리아기 시작부터 약 3억년 동안의 시간으로 공룡이 번성했던 중생대보다 1억년 이상 긴 기간입니다.
여러분이 잘 아는 공룡이 중생대를 대표한다면 삼엽충은 그보다 앞선 고생대를 대표하는 화석입니다. 삼엽충은 도대체 어떤 생물일까요? 다음 시간에는 인류가 선사시대부터 신기하게 여겼던 삼엽충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신비로운 화석 공예품
우리나라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화석은 오래 전부터 공예품으로 많이 만들어져서 사람의 몸을 치장하거나 집안을 꾸미는 데 쓰이고 있다. 서양에서는 작은 암모나이트, 삼엽충, 산호 조각, 상어 이빨 화석으로는 목걸이를 많이 만들고, 더 작은 화석으로는 귀걸이를 만들기도 한다.
중국의 제비돌 같은 커다란 돌 판은 붓글씨를 쓸 때 사용하는 벼루, 벽에 거는 액자나 받침을 만들어 세워 놓는 장식품으로 가공된다. 화석이 지구의 역사를 탐구하는 연구 대상일 뿐 아니라 예술품으로 생각된 이유는 화석이라는 자연물이 가지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 때문이다.
/ 이승배·화석전문가(서울대 고생물학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