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모래와 같은 퇴적물을 내어 층을 만들면서 산소를 뿜어내는 바다 속 스트로마톨라이트의 상상도

지구 최초 생명의 흔적을 알아보기 위해 지금의 호주 대륙 서쪽의 샤크 만(灣)으로 가보도록 하죠. 얕게 펼쳐진 잔잔하고 따뜻한 샤크 만 바닷가에는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불리는 시커먼 돌들이 띄엄띄엄 흩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물 속에 떠다니던 진흙이나 모래 알갱이들이 표면에 살고 있는 끈적끈적한 남세균(cyanobacteria)들과 뒤엉켜 여러 겹의 얇은 석회암 층을 이루면서 생긴 암석입니다. 다양한 모양으로 자라나는 이 암석은 지구 생명의 진화를 고스란히 목격한 살아있는 화석입니다.

샤크 만 안쪽의 해멀린 풀(Hamelin Pool)은 보통 바다보다 두 배 이상 짜다. 덕분에 남세균이 석회질침전물을 만들기 쉬운 반면 이들을 잡아 먹는 동물들이 살기 어려워 수 천년 동안 스트로마톨라이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제 지구가 탄생한 약 46억 년 전으로 돌아가 볼까요. 당시 지구의 대기는 대부분 수증기, 이산화탄소, 질소로 이루어져 있었어요. 요즘과 같이 산소를 필요로 하는 생물들이 살기는 힘들었죠. 약 35억 년 전에야 비로소 바다에서 처음으로 광합성을 하는 미생물 남세균이 번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캄브리아기(약 5억 4000만 년 전 이전)의 암석에 많이 남아있는 화석인 스트로마톨라이트들이 남세균의 번성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남세균들이 물 속에서 활발한 광합성 작용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 낸 덕분에 약 6억 년 전에는 비로소 공기 중 산소의 양이 지금의 10%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다양한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죠. 그러나 동물들이 진화하면서 남세균을 먹이로 삼는 녀석들도 나타나 스트로마톨라이트는 갑자기 줄어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스트로마톨라이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것은 서해바다 소청도에서 발견된 약 8억 4000만 년 전 것입니다. 강원도 영월, 태백 지역에서는 고생대 초기 스트로마톨라이트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중엽(약 4억 7000만 년 전)에 만들어진 영월의 스트로마톨라이트 층은 최근 천연기념물 제413호로 지정됐지요. 이 스트로마톨라이트는 여름에 논바닥이 말라 갈라지는 것과 같은 원리로 생기는 ‘건열 구조’와 함께 보존되었죠. 덕분에 지금은 높은 산지인 영월이 오르도비스기에는 호주의 샤크 만처럼 따뜻하고 얕은 바다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답니다.

/ 이승배ㆍ화석 전문가 · 서울대학교 고생물학연구실

<바로잡습니다>

지난주에 실린 연대표에서 편집상의 실수로 고생대의 시작(5억 7000만 년 전)과 중생대 시작(2억 2500만 년 전)이 잘못 표기됐습니다. 각각 5억 4300만 년 전과 2억 5000만 년 전으로 바로잡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