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초는 냄새 먹는 하마
식초, 즉 아세트산 수용액은 산성 용액이에요. 산이란 물 속에서 수소 이온을 내놓는 물질을 가리키죠. 신맛의 주인공은 바로 수소 이온인데요, 신맛이 나는 음식에는 대부분 산이 들어 있어요. 김치에는 젖산, 포도에 포도산, 레몬에는 구연산이 들어 있죠.
식초는 생선의 비린내를 없애는 데도 써요. 생선 비린내는 생선 속 트리메틸아민이라는 염기성 물질에서 나는 냄새예요. 그런데 식초나 레몬을 뿌리면 이 비린내가 사라져요. 식초에 들어 있는 산성 물질과 비린내를 내는 염기성 물질이 중화반응을 일으켜 산과 염기는 각각의 성질을 잃게 돼 냄새가 사라지죠.
식초는 살균제
식초에 들어 있는 산성 물질은 균을 죽이는 힘을 갖고 있어요. 음식을 오래 보관할 때 식초에 절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예로 유부초밥에 식초를 넣어 밥이 상하는 것을 막는 것을 들 수 있어요. 식초를 넣으면 세균이 완전히 죽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세균이 늘어 나는 속도를 느리게 합니다. 오이피클이나 마늘피클은 식초에 절여서 만든 식품이에요. 이런 식품들은 유부초밥에 비해 훨씬 더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어요. 식초 속에 오이와 마늘이 완전히 잠기게 해서 세균이 거의 자랄 수 없기 때문이죠.
식초의 신맛은 음식의 짠맛을 부드럽게 해주거나 짠맛을 대신하기도 해요.그래서 음식에 식초를 넣으면 소금을 덜 넣어도 ‘간이 맞다’ 고 느끼게 됩니다.
식초는 건강 지킴이!
식초는 무려 1만 년 전부터 건강식품의 역할을 해 왔어요. 고려 시대의 의학서'향약구급방'에는 식초가 약으로 다양하게 이용되는 예가 기록돼 있답니다. 식초가 건강 지킴
이로 이름나게 된 것은 바로 유기산 덕분이에요. 과일과 곡물을 원료로 발효시켜 만든 양조식초에는 여러 가지 비타민과 아세트산, 구연산 같은 유기산이 들어 있거든요.
특히 구연산은 근육에 쌓인 피로물질인 젖산을 분해하는 힘이 있어요. 그래서 피로 회복을 위해 구연산이 들어있는 음료나 식초를 마시는 거랍니다. 술이 변해 우연히 얻
어진 식초신맛을 내는 식초는 인류 최초의 조미료였죠.
식초는 기원전 5000년경에 조미료로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기원전4000년에는 히포크라테스가 환자에게 식초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국시대부터 식초를 먹은 것으로 보여요. 조선시대의 기록에 따르면 식초를 고주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고주란 쓴맛이 나는 술이라는 뜻입니다. 식초를 술이라고 부른 것은 술을 발효시켜 만들기 때문이에요. 술의 알코올은 아세트산균에 의해 발효되면서 신맛이 나는 산성 물질을 만들어 내요. 이산성 물질이 바로 아세트산인데, 아세트산에 물을 섞어 사람이 먹을 수 있는정도(약 3%)로 묽게 만든 것을 식초라
고 하는 거랍니다.
/ 최미화·여의도고 화학 교사
그림=장정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