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밤하늘은 특별해요. 은하수의 중심부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거든요. '여름의 대(大)삼각형'이라 불리는 거문고자리 직녀성과 염소자리 견우성, 독수리자리 알타이르도 쉽게 찾을 수 있죠. 오늘밤 여름철 별자리를 볼 수 있길 바라며, 그리스·로마 신화(神話)에 나오는 열두 별자리 이야기를 간단히 소개할게요.
청춘의 여신(女神) 헤베는 신들의 잔치를 관리해요. 어느 날 헤베가 발목을 다쳐 움직일 수 없게 되는데요. 신들의 왕 제우스는 헤베를 대신할 이를 물색합니다. 결국 그는 커다란 독수리로 변해 인간 세상에 내려가 양치기 미소년 가니메데를 납치해오죠. 불멸의 컵에 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니메데가 바로 물병자리의 주인공이랍니다.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사랑의 신(神) 에로스는 유프라테스강(江)에서 여유롭게 휴식을 즐기고 있었어요. 갑자기 거인족(巨人族) 티폰이 나타나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버립니다. 깜짝 놀란 두 신은 물고기로 변신해 강물에 뛰어들어 자리를 피해요. 이때 물고기로 바뀐 모습 그대로 별자리가 됐어요.
프릭수스·헬레라 남매는 계모(繼母·새엄마)에게 괴롭힘을 받으며 힘겹게 살아가요. 전령(傳令)의 신 헤르메스는 그런 남매를 안타깝게 여깁니다. 그는 남매를 황금 양의 등에 태워 집에서 탈출하는 걸 도와주는데요. 하지만 하늘을 날던 중 헬레라가 그만 바다에 빠져버려요. 홀로 살아남은 프릭수스는 황금 양을 제우스에게 재물로 바치죠. 하늘로 올라간 황금 양은 별자리가 됐답니다.
제우스는 흰 소로 변신해 에우로페 공주를 유혹해요. 공주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한 제우스는 소의 모습을 한 채 그대로 크레타섬까지 헤엄쳐 갑니다. 섬에 도착한 제우스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냈고, 에우로페를 설득해 아내로 맞이해요.
카스토르와 폴룩스는 쌍둥이 형제입니다. 폴룩스는 불사(不死)의 몸을 가지고 있는데요. 어느 날 심한 상처를 입게 된 카스토르가 세상을 떠납니다. 슬픔에 빠진 폴룩스는 제우스에게 자신도 형의 곁으로 갈 수 있도록 도움을 청합니다. 그들의 우애(友愛)에 감동한 제우스는 형제를 두 개의 별로 만들어줬답니다.
헤라클레스는 12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험을 시작해요. 그중 두 번째 과제가 괴물(怪物) 히드라를 물리치는 것이었죠. 평소 헤라클레스를 미워하던 여신 헤라는 게 한 마리를 보내 히드라를 돕게 해요. 하지만 게는 헤라클레스의 발에 밟혀 숨을 거둡니다. 그 모습을 본 헤라는 게를 별자리로 만들어줬어요.
별똥별 하나가 황금사자로 변신해 네메아 골짜기에 떨어져요. 사자는 성질이 포악해 사람들을 괴롭혔답니다. 그런 못된 사자를 무찌르기 위해 헤라클레스가 나타나요. 치열한 싸움 끝에 헤라클레스는 사자를 해치웁니다. 제우스는 아들 헤라클레스의 용맹함을 기리기 위해 사자를 별자리로 만들었죠.
페르세포네는 땅의 여신 데메테르의 딸이에요. 지하의 왕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보고 첫눈에 반해요. 하데스는 페르세포네를 지하 세계로 납치해 자신의 아내로 삼습니다. 딸을 잃은 땅의 여신 데메테르는 큰 슬픔에 빠져 대지(大地·대자연의 넓고 큰 땅)를 돌보지 못해요. 보다 못한 제우스는 하데스를 설득합니다. 덕분에 페르세포네는 일 년의 반은 지하 세계에, 나머지 반은 어머니와 함께 지상에서 지내게 돼요. 봄이 되면 지하 세계에서 올라오는 페르세포네의 모습이 별자리가 됐답니다.
정의(正義)의 여신 아스트라이아의 저울입니다. 그녀는 인간의 선악(善惡)을 판단하고 운명을 결정하는 데 이를 활용하죠. 제우스는 정의와 공평을 위해 봉사한 아스트라이아를 기리기 위해 그녀의 저울을 별자리로 만들었습니다.
오리온은 세상에서 자기가 강하다며 거만하게 굴어요. 이 말에 화가 난 헤라는 오리온을 없애기 위해 전갈을 보내죠. 하지만 오리온은 전갈이 아닌, 연인(戀人)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가 쏜 화살에 맞아 숨을 거두는데요. 아르테미스는 오리온을, 태양의 신 아폴론은 전갈을 별자리로 만들어줘요.
케이론은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말[馬]인 ‘켄타우로스’예요. 불멸(不滅)의 몸을 갖고 있죠. 현명하고 예술에 능한 그는 헤라클레스의 스승입니다. 어느 날 헤라클레스가 다른 켄타우로스와 결투를 벌이던 중 실수로 히드라의 독이 묻은 화살을 케이론에게 쏩니다. 케이론은 끝없는 아픔에 몸부림치다, 결국 숨을 거둬요. 제우스는 그를 안타깝게 여겨 하늘의 별로 만들었죠.
신들의 잔치가 있는 날, 괴물 티폰이 공격해 옵니다. 도망치는 신 사이에서 동물로 변해 빠르게 달아나려던 판은 ‘변신 주문’을 외웠죠. 하지만 주문이 꼬여 상반신은 염소, 하반신은 물고기가 돼요. 다시 변신하려는 그때, 제우스의 비명을 들은 판은 위험에 처한 그를 도와줘요. 제우스는 보답으로 판의 모습을 본떠 별자리를 만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