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는 미래 대체 식량으로 '이것'을 지목했다. 멕시코에서는 60여 종의 '이것'으로 통조림과 과자, 사탕 등을 만들어 수출한다. '이것'을 먹는 사람은 전 세계 25억 명에 이르고 가장 많이 먹는 나라는 중국이다. 이것은 무엇일까? 정답은 '곤충'이다.

곤충이 새로운 식량 자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닭과 돼지고기에 견줄 만큼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고, 가축보다 기르는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곤충을 식품으로 개발하는 사업이 성과를 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5일 딱정벌레 계통의 곤충인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식품 원료로 사용하도록 승인했다. 정부가 곤충의 안전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식품으로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곤충 간식을 맛보는 권예니 양과 조성원 군.

◇영양가 높고 안전한 '갈색거저리 애벌레'

지난 29일 경기도 수원에 있는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소년조선일보 독자 조성원(경기 율전초 6학년) 군과 권예니(경기 정자초 3학년) 양이 '식용 곤충' 체험에 나섰다.

"진짜 살아 있어요?"

"우와~ 내 엄지손톱보다 길다!"

연구실에 들어선 어린이들의 시선이 플라스틱 상자로 향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 수백 마리가 통 속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안내를 맡은 윤은영 농촌진흥청 곤충산업과 연구사가 설명을 시작했다.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육류와 비교해 단백질 함량은 비슷하고, 몸에 좋은 지방인 '불포화지방산'은 훨씬 많이 들어 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비롯해 메뚜기, 누에 등 3개 곤충이 식품으로 등록돼 있어요. 메뚜기와 누에는 오랜 기간 먹어온 경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됐지만,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과학적 연구를 통해 무해하다는 걸 확인했어요."

"꼭 산 채로 먹어야 하나요?"

성원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대로 사람들에게 주면 생김새 때문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겠죠? 가루 형태로 만들어서 제공합니다(웃음)."

윤 연구사에 따르면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분말로 만드는 과정은 △굶기기 △세척 △살균 △얼린 후 건조 △분쇄 등 다섯 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이틀간 굶긴다. 애벌레가 음식물을 완전히 배설하고 장을 비워야 곤충 특유의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앨 수 있다. 그러고 나서 물에 깨끗이 세척하고 115도(℃)의 온도에서 살균한다. 얼리고 건조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몸속 수분을 없애야 부패를 막을 수 있어서다. 이걸 분쇄기에 갈면 밀가루처럼 고운 애벌레 가루가 완성된다.

어린이들은 갈색거저리 애벌레를 분말로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관찰할 수 있었다. 예니는 "이렇게 복잡한지 몰랐다. 놀랍다"며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현장을 담았다.

◇한번 먹어보면 놀랄 맛 '곤충 간식'

"잘 먹겠습니다!"

이어진 간식 시간. 메뉴는 곤충으로 만든 깨찰빵과 초콜릿 쿠키, 스콘(속을 넣지 않고 가볍게 부풀린 밀가루 빵)이었다. 어린이들이 쿠키와 빵을 한입 크게 물었다.

"우와~ 맛있다! 도대체 어떤 곤충이 들어가서 이렇게 고소한 맛이 나는 거예요?"

"깨찰빵과 초콜릿 쿠키에는 갈색거저리 애벌레가, 스콘에는 메뚜기가 각각 10~15%씩 들어갔어요. 밀가루 양을 줄이고 대신 곤충 분말을 첨가했죠."

"다른 쿠키와 차이점은 뭔가요?"

"맛은 일반 쿠키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영양 가치가 뛰어납니다. 대부분의 곤충은 몸속 단백질 함유량이 60%에 달할 정도로 높아요. 고등어보다 약 3배 많은 양이죠."

두 어린이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금세 접시를 비웠다.

갈색거저리 애벌레와 메뚜기, 누에 번데기 가루의 맛과 향을 비교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번데기는 예전에 많이 먹어봤어요. 그런데 메뚜기 가루는 처음 먹어봐요. 미역 냄새가 나고 새우 맛이 느껴져요.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멸치나 깨를 볶은 맛이고요. 고소하고 맛있어서 자꾸 먹게 돼요."(권예니 양)

성원이는 "물이나 주스에 타 먹어도 맛있겠다"며 새로운 레시피를 생각해냈다.

마지막으로 어린이들은 식품 등록을 추진 중인 곤충들과 만났다. '장수풍뎅이'와 '흰점박이꽃무지'였다. 두 곤충은 현재 약의 재료로 쓰이는데, 앞으로 연구를 거쳐 안전성이 입증되면 식품의 원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윤 연구사는 "2050년쯤이면 세계 인구가 늘어나 현재보다 두 배 이상의 식량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곤충은 영양이 풍부한 동시에 지구 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도 가축보다 적게 내뿜는 장점이 있다. 갈색거저리의 경우 돼지의 10분의 1 정도 온실가스를 생성한다"고 강조했다.

어린이들은 "식량이 부족한 곳에서나 곤충을 먹는다고 생각했는데 오늘을 계기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우리가 어른이 됐을 땐 슈퍼마켓에서 간편하게 곤충을 사먹게 될 것 같다"며 웃었다.

▽ 갈색거저리 애벌레 분말 만드는 과정
굶기기: 이틀간 애벌레를 굶기고 나면 곤충 특유의 안 좋은 냄새가 없어진다.
세척: 물로 깨끗하게 씻는다.
살균: 높은 온도와 압력에서 세균을 죽이는 과정이다.
얼린 후 건조: -40도(℃)에서 12시간 얼리고 3일 간 건조한다. 애벌레 몸속 수분이 5% 미만이어 야 상온에서 부패하지 않고 오래 먹을 수 있다.
분쇄: 애벌레를 밀가루처럼 곱게 간다
분쇄: 애벌레를 밀가루처럼 곱게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