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가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는 즐거운 수업을 만들 수는 없을까?’ 이런 고민을 진지하게 나누는 동아리가 있다. 교사 마술 동호회 ‘매직티처’(회장 박태현ㆍ인천 신광초등 교사). 지난 1일 오후 2시 서울 목동 양천문화회관 강의실. 일요일인데도 20여명의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모여 마술공부에 여념이 없었다.
"오늘은 물이 순환하면서 나타나는 기상현상을 배우겠어요." 이금정 선생님(인천 인수초등)의 5학년 과학수업 시연이 펼쳐진다. "(물을 종이컵에 따르며)하늘에서 이렇게 비가 내렸어요. 그러나 물은 땅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바람이 불고 태양이 비추면 증발하지요. 확인해볼까요?"라며 물이 들어있던 종이컵을 세우자 물이 온데간데 없다. 영락없는 마술공연이다.
매직티처 회원들은 2주일에 한번꼴로 모여 이렇게 마술을 익힌다. 회원이 2000여명이나 되고 직접 연수를 받아 아마추어 마술사가 된 선생님 회원이 600여명이나 된다. 박태현 회장은 "2002년 예비 교사 시절 마술이 주는 재미를 수업과 연결하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모임이 이렇게 커다란 조직이 됐다."고 자랑했다.
매직티쳐 회원들은 간단한 동전ㆍ카드 마술에서부터 생활마술 등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마술을 공부한다. 가르치는 사람도 선생님들이고 배우는 사람도 선생님들이다. 교육을 맡은 이미화 선생님(부천 복사초등)은 "칩의 색깔을 변화시키는 간단한 마술을 통해 영어 단어를 쉽게 가르친다."고 말했다. 전 시간에 배운 신문지 도형 마술을 수학시간 마무리에 이용했다는 김지녕 선생님(광주광역시 오정초등)은 "쉬는 시간에 아이들이 수업에서 받은 감동을 이야기하는 모습에 뿌듯했다."고 말했다.
매직티처의 활동은 단순히 연수에 머물지 않는다. 홈페이지(magicteacher.cyworld.com)에는 마술을 이용한 과목별 수업 지도안이 가득하다. 송미정 선생님(인천 봉수초등)은 "간단한 마술 연출로 어수선한 교실 분위기를 단숨에 바꾸고 어린이들의 시선을 집중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회원들은 여름방학마다 '분교로 떠나는 마술캠프'를 연다. 2003년 8월부터 경기 가평 상색초등, 강원 화천 논미리분교, 충남 시목초등을 방문했으며 이번 방학에도 진행될 예정이다.
매직티처 회원들은 "아주 쉽고 간단한 마술도 교사가 준비하면 어린이들은 감탄하고 마음을 터놓는다."며 '마술의 힘'을 자랑했다.
/김효섭 기자 4kid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