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기 660년, 백제를 무너뜨린 태종 무열왕 김춘추는 1년 뒤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태종 무열왕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문무왕은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았어요.
계속된 전쟁 끝에 서기 668년, 신라는 당나라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고구려까지 무너뜨리고 말았어요. 정말 오랜 세월에 걸쳐 이루어 낸 삼국 통일이었어요. "지난날, 신라는 두 나라에 가로막혀 잠시도 편한 세월이 없었소. 북으로는 고구려에 침입을 당하고, 서쪽으로는 백제가 있어 늘 위협을 받았소. 선왕은 백제를 무너뜨렸고, 나는 선왕의 뜻을 이어받아 삼국 통일을 이룩하였소. 이에 더는 걱정할 일이 없으니, 온 백성은 통일의 기쁨을 누리도록 하시오."
문무왕은 잔치를 열어 통일의 기쁨을 다 함께 나눴어요. 하지만 신라에 힘을 빌려 줬던 당나라는 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신라에 남아 있었어요. 당의 속셈은 백제와 고구려의 옛 땅은 물론 신라의 땅마저 빼앗는 것이었으니까요. 당나라의 계획을 눈치 챈 신라는 여러 방법을 썼어요. 때로는 당과 싸워 무찌르기도 하고, 친한 척하며 손을 잡기도 했지요. 하지만 오랜 세월 신라는 한시도 쉬지 않고 당나라와 싸워야만 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676년, 신라는 기벌포 싸움에서 승리해 당나라를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도 문무왕은 동해로 쳐들어와 백성을 죽이고 재물을 빼앗아가는 왜구들 때문에 하루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요. 당시 동해와 남해 바닷가에는 왜구들의 노략질이 아주 심했으니까요. 그들은 순식간에 나타나 마을을 불사르고 많은 재물을 빼앗아 갔어요. 그래서 문무왕은 동해가 내려다보이는 야트막한 산에 감은사를 짓게 했습니다. 부처님의 힘으로 왜구를 막기 위해서였어요. 이 감은사는 문무왕 대에 완성되지 못하고 훗날 아들 신문왕 대에 완전히 지어졌지요.
왜구들 때문에 항상 걱정이 끊이지 않았던 문무왕은 죽기 전에 이런 유언을 남겼어요.
"내가 죽으면 동해 바다에 묻어다오. 나는 죽은 뒤 용이 되어 부처님을 받들고 나라의 평화를 위해 왜구를 막을 것이다. 나의 유해를 동해에 장사 지내도록 하라."
죽어서까지 나라와 백성을 지키려는 문무왕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유언이지요?
늘푸른아이들 '술술 읽히는 우리 문화유산 이야기' (초등역사교사모임 글, 이현진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