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우리는 손으로 던지는 수류탄을 총으로 쏴주는 국산 유탄발사기(榴彈發射器·탄약을 발사할 수 있도록 소총에 부착하는 화기) K201에 대해 알아봤는데요. 여기서 의문이 생겼을 독자들도 있을 것 같아요. K201은 얼마나 빨리 발사할 수 있을까? K201을 부착하는 K2 소총이 1분에 700~900발 발사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사실 K201 유탄발사기는 그런 개념을 적용하기 어려워요. 1발씩 장전해서 쏘는 '싱글 액션' 방식이기 때문에 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제각각이기 때문이거든요. 이런 들쭉날쭉한 발사 속도를 개량해 마치 기관총처럼 연속으로 빠르게 유탄을 발사할 수 있는 무기는 따로 있답니다. 바로 'K4 고속유탄기관총'이죠.

K4 고속유탄기관총은 보병들이 사용하는 소구경 기관총의 사거리 밖에 있는 적 밀집부대, 화기 진지, 장갑차 등을 제압하기 위한 중화기가 필요하다는 요청에 따라 개발됐습니다. 만들 당시 참고한 모델은 미군의 Mk.19 고속유탄기관총이에요. 고속유탄기관총 제작을 요청한 육군은 베트남 전쟁에서 미군이 보여준 Mk.19 고속유탄기관총의 강력한 위력에 감명을 받았다고 해요. 이에 따라 국방과학연구소(ADD)는 베트남 전쟁 당시 사용됐던 Mk.19 Mod0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개선한 Mk.19 Mod1의 샘플과 도면을 참고해 독자 개량 개발을 했습니다. 1993년 야외 전투에 전력화된 최종 모델은 Mk.19 Mod3와 유사한 형태가 됐죠. 물론 그대로 베낀 게 아니라 우리 실정에 맞는 재설계를 했다는 점이 중요해요.

이렇게 개발된 K4 고속유탄기관총은 40㎜ 이중목적탄(High Dual Purpose)을 1분에 375발 속도로 최대 2200m까지 쏠 수 있어요. 유탄의 종류에 따라 최대 378발까지도 가능하답니다. 최대 사거리가 400m인 K201 유탄발사기에 비해 훨씬 멀리 나가죠. 직선으로 날아가는 '직사화기'의 특성상 명중률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탄약도 K201과 같은 40㎜ 구경이지만 길이가 53㎜로 46㎜인 K201보다 길답니다. 유탄을 연달아 발사하기 위한 에너지와 더 긴 사거리 때문에 탄약이 더 많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에요.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앞서 말씀드린 '싱글 액션'인 K201과 달리 유탄을 이어 붙여놓고 계속 발사하는 벨트를 이용한 연속 발사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그렇다면 실전에서 K4 고속유탄기관총은 어떤 용도로 쓰일까요? 보병을 기준으로 설명할게요. 보병의 기본 화기인 K2 소총 등 개인화기나 소부대에서 사용하는 K3 기관총만으로 적을 제압하기 약간 부족한 경우가 있어요. 예를 들면 적이 많은 수로 밀어붙이는 밀집 공격을 하는 상황 등이죠. 그렇다고 박격포로 대응하기엔 조금 아까운 경우, 이럴 때 주로 K4 고속유탄기관총이 쓰인답니다. 사거리와 위력 모두 기관총과 61㎜ 박격포 사이의 구간을 책임지기에 적격이거든요.

K4 고속유탄기관총의 또 다른 장점으로는 안정성이에요. K4 고속유탄기관총의 모델이 된 Mk.19는 이미 미국과 서유럽 등 이른바 '서방 세계'에서는 대체 불가 베스트 셀러로 꼽힌답니다. 이런 Mk.19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K4 고속유탄기관총 역시 작동 불량 등의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요.

예전에 소규모 부대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로 박격포를 소개했던 것 기억하나요? 물론 실제 화력 면에서는 박격포가 가장 강한 것은 맞답니다. 하지만 월등히 뛰어난 사거리, 연속 사격을 통한 강력한 위력, 박격포와 달리 표적을 직접 조준 사격해 높인 명중률 등으로 K4 고속유탄발사기도 화력 근접 지원에서'최강의 보병화기'라고 불리고 있어요.

자료: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맹수열 기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을 거쳐 국방일보 기자로 활동 중이다. 국방 정책과 무기 체계 등을 주로 다뤘으며 현재 국방일보 취재팀 데스크로서 국방일보 지면 편성 및 기획, 기사 작성을 총괄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