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소개한 KM187 박격포는 소규모 부대의 가장 강력한 화력이었습니다. 전차나 다른 무기체계에 비해 가볍다고도 했는데요. 그렇다고 해도 42㎏에 달하는 장비를 사람이 들고 다닌다는 것은 엄청나게 고된 일이에요. 그래서 육군 병사들 사이에서는 박격포 특기는 '무덤'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요. 박격포의 효율성은 여전하기 때문에 계속 운용되고 있어요. 박격포를 차량에 싣고 다니면 어떨까요? 훨씬 빠르고 편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발명된 무기 체계가 바로 '자주박격포(自走迫擊砲)'입니다. 여기서 자주는 '자력 주행', 즉 스스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우리 군은 그동안 K200 장갑차에 4.2인치(약 10㎝) 박격포를 탑재한 K242 자주박격포를 운용해 왔습니다. K242는 적 보병의 저항을 빠르게 제압하는 박격포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무기 체계인데요. 문제는 탑재된 4.2인치 박격포였습니다. 4.2인치 박격포는 40년 넘게 사용된 옛날 무기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이 4.2인치 박격포 대신 자동 장전이 가능한 120㎜ 구경 박격포를 차량에 탑재했어요. 이제 우리 군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죠.

그래서 새로 개발된 게 120㎜ 자주박격포 '비격(飛擊)'입니다. 비격이란 이름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둥'이란 뜻입니다. 육군은 임진왜란 당시 왜군을 공포에 질리게 한 신무기 '비격진천뢰'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비격은 K200A1 장갑차에 탑재돼 더욱 빠른 기동력과 훨씬 강력한 화력을 선보이는데요. 이로써 전장에서 K2 흑표 전차와 K21 보병전투장갑차 등 업그레이드된 기계화 무기 체계와 호흡을 맞출 수 있게 됐죠.

비격은 K200A1의 차체를 응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K242와 겉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박격포 자체의 성능은 차원이 달라요. 먼저 최대 12㎞ 떨어진 적을 타격할 수 있는 긴 사거리는 K242의 2.3배에 달합니다. 포탄이 폭발하는 반경도 커져 살상 반경도 KM242의 2배에 육박합니다. 이는 K9 자주포의 155㎜ 포탄의 위력에 비견될 정도죠. 포신(砲身·포의 몸통) 안에 회오리 모양 강선을 파서 명중률도 높였습니다.

가장 큰 특징은 로봇 팔을 이용한 자동 장전 장치입니다. 박격포는 원래 사람이 손으로 포탄을 밀어 넣어 발사하는 무기였지만 발전된 기술을 활용, 로봇의 힘을 빌리게 됐죠. 덕분에 장병들의 피로도가 확 줄어들었습니다. 로봇 팔을 이용한 비격의 최대 발사 속도는 분당 8발입니다. 물론 자동 장전 장치가 고장나더라도 기존 박격포처럼 수동으로 발사할 수 있기 때문에 계속 전투할 수 있습니다. 이 밖에 사격통제장치도 완전히 자동화돼 사격에 필요한 데이터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조준할 수 있어요. 또 박격포가 360도 회전하기 때문에 어떤 곳이든 바로 사격이 가능하죠.

비격은 2022년 6월 육군 부대에 시범 배치된 따끈따끈한 신제품입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첨단과학기술군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로 육군이 가장 공들여 추진하고 있는 '아미 타이거(Army TIGER)' 프로젝트에 포함되면서 비격의 위상은 더 높아졌죠. 빠르고 강하게 적을 섬멸하는 비격의 진격은 이제 막 시작됐습니다.

자료: 국방일보
맹수열 기자맹수열 기자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서울신문을 거쳐 국방일보 기자로 활동 중이다. 국방 정책과 무기 체계 등을 주로 다뤘으며 현재 국방일보 취재팀 데스크로서 국방일보 지면 편성 및 기획, 기사 작성을 총괄하고 있다. 또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을 둔 아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