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신체적, 지능적, 정서적 차이를 갖고 있다. 겉모습이 비슷해도 모두가 다른 존재기에, 간극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저마다 다른 능력치와 성향을 갖고 있다. 같은 환경에 놓여 있어도 저마다 다르게 성장하는 이유다. 같은 배에서 나온 아이라도 성향과 능력이 다르다. 이 성향은 타고나는 것으로, 이를 '기질(氣質)'이라고 부른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저마다 자신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케이건 교수 "기질에 맞는 양육 중요"
기질은 자극에 의해 자동으로 일어나는 정서 반응으로 일생에 걸쳐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중 한 명인 제롬 케이건(Jerome Kagan) 하버드대학 석좌교수는 기질 연구를 통해 "생후 3년간 소심하고 수줍음을 타던 아동은 성인이 되고 나서도 의존적이고 도전을 꺼리는 성격으로 발전했으며 교사, 학자 등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했다. 반면 겁이 없고 대담한 아이들은 축구팀 코치, 기업가 등 비교적 불확실성이 크고 세상과의 교류가 활발한 직업을 택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릴 때부터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양육법으로 아이의 기질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어릴 적 자녀의 기질에 대해 알고 있으면 그 자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최선의 성과를 얻도록 용기를 북돋우려면 어떻게 응용해야 하는지 잘 준비하거나 대비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부모와 아이는 타인'이라는 인식의 중요성
대다수 양육자가 아이의 기질을 변화 가능한 것으로 인지하는데, 여기서부터 문제는 시작된다.
외부에서 기질을 변화시키려 할 때, 아이는 자신을 부정한다고 느끼고 저항하게 된다. 이는 성격 형성에 영향을 미쳐 정서적 문제가 생기거나 훗날 부모 자식 관계가 틀어지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쌓여 자신감이 없어지고 자기존중감이 낮아지기도 한다. 관계 맺기에 실패한 아이는 거듭되는 좌절을 느끼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 개념을 다시금 만들어 내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왜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했을까'의 저자(著者) 조윤경 윤앤지심리연구소 대표는 "우리 아이가 어떤 상황에서 즐거워하고, 어떤 언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어떤 사람을 불편해하는지 제대로 관찰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개별적이고 실현 가능한 아이의 진짜 행복을 꿈꿀 수 있다"고 조언한다.
조 대표는 아이의 기질을 내향형과 외향형, 배려형과 자기형, 자극추구형과 위험회피형, 감정형과 이성형, 타율형과 자율형 등 총 10가지로 분류하고 해당 육아법을 제시한다. 가장 자주 비교되는 기질로 내향형과 외향형을 들 수 있다. 내향형은 혼자 있을 때, 외향형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회복한다. 내향적인 아이는 결코 외향적인 아이로 바뀔 수 없다. 기질은 '일관성'과 '항상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육아의 시작은 '부모와 아이는 타인(他人)'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관찰자적 시점에서 부모와 아이의 다름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와 내가 같은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이 다르다고 해서 문제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
미술치료 1세대이자 20년 경력의 가족 상담 전문가. 성균관대학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했다. 경기대학교 미술치료학 석사, 미국 ACADCI칼리지 중독 상담학 미술치료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EBS ‘달라졌어요’에서 분노 장애 아동 대상으로 가족 치료를 진행했다. 부모 교육, 미술치료 워크숍, 기질 테라피 강연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는 기질 테라피 강연 및 전문가 양성에 힘쓰고 있다.
● 왜 아이가 문제라고 생각했을까
조윤경 글 | 비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