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건 사람의 연주가 아니야. 악마가 사람의 몸에 들어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게 틀림없어."

"스스로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서 바이올린의 대가(大家)가 됐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아무튼 대단한 연주 솜씨야. 이렇게 소름까지 돋잖아."

연주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감탄으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 신들린 듯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마른 남자에게서 시선을 뗄 수가 없었어요. 울퉁불퉁한 외모에 잔뜩 일그러진 표정, 긴 머리카락, 검은색 양복.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저 남자에게서 어떻게 저런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가 나올까? 그 남자는 역사상 최고의 바이올린 연주자이자, '바이올린의 마법사'로 불렸던 니콜로 파가니니(Nicolo Paganini·1782~1840)였어요.

파가니니는 바이올린 독주를 위한 '카프리치오 24곡'을 작곡했어요. 이탈리아어(語) '카프리치오(Capriccio·영어 Caprice)'란 형식에 제약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발상에 기발한 생각을 담은 곡을 말해요. '카프리치오 24곡'은 모두 바이올린 기교의 극치를 보여 주는 작품들이에요. 그런데 불행하게도 오늘날에는 거의 연주되고 있지 않아요. 워낙 고난도의 기교를 요구하는 곡이라서 연주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파가니니의 음악은 바이올린 최고의 매력이 무엇인가를 보여 주고 있어요. 24곡의 카프리치오는 파가니니의 연주 기법과, 바이올린의 모든 음색, 성질, 상태, 표현의 세계가 집대성(集大成)된 작품이에요. 그래서 무반주 '카프리치오 24곡'은 바이올린을 배우려는 학생들에겐 꼭 넘어야 할 어려운 곡들이지요. 24곡 중에서 24번의 A장조가 가장 유명해요.

파가니니는 작곡가들에게 더 존경받았어요. 많은 음악가가 파가니니의 작품을 기초로 곡을 작곡했지요. 리스트는 파가니니의 작품에서 주제를 선택해 6곡의 '파가니니 대연습곡'을 만들었어요. 또 '파가니니풍에 의한 화려한 대판타지아'라는 명곡도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곡이지요. 피아노의 시인 쇼팽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치오 연습곡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고, 슈만은 '파가니니 카프리치오에 의한 6개의 연습곡'을 작곡했어요. 브람스도 '파가니니 변주곡 작품 35'를 남겼답니다.

● 세상 모든 음악가들의 음악 이야기
유미선 글|최상훈 그림|소담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