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다, 다- 다다다, 다-. 짧은 음 세 개와 긴 음 하나로 시작되는 웅장한 소리는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어요.

"마치 운명(運命)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아."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요. 무언가 거대한 운명의 그림자가 파도처럼 밀려오는 느낌이 들었죠. 이렇게 세상을 놀라게 한 곡은 바로 베토벤의 '운명'이었어요.

베토벤은 악상이 떠오르지 않을 때면 산책을 하는 버릇이 있었어요. 그날도 베토벤은 집 근처에 있는 숲속의 오솔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지요. 베토벤의 머릿속은 온통 절망뿐이었어요. 귓병을 앓고 있던 그는 '운명에 자신을 맡길 것이냐' 아니면 '운명과 싸워 승리할 것이냐'의 갈림길에서 괴로워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 어디선가 영롱한 새소리가 들려 왔어요.

"삐삐삐, 삐-"

"맞다! 그거야!"

베토벤은 걸음을 멈췄어요. 그리고 집으로 달려가 악보를 꺼내고는 단숨에 '솔솔솔 미' 네 개의 음을 적어 내려갔어요. 다가온 운명이 인생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표현한 것이지요. 베토벤은 이 곡에 '교향곡 제5번'이라는 번호를 붙였어요. 잔인한 운명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鬪爭)과 승리(勝利)가 30분 조금 넘는 짧은 곡 속에 강렬하게 스며들어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이 곡에 '운명'이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운명이라는 제목은 베토벤이 지은 제목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은 거예요. 사람들은 운명에 대해 이렇게 말했어요.

"나폴레옹이 대포 소리로 세상을 놀라게 하더니, 베토벤은 새소리로 인류를 놀라게 했다!"

베토벤은 귀가 들리지 않는 시련 속에서도 '운명' 이외에 교향곡 제3번 '영웅', 교향곡 제6번 '전원' 등 교향곡 9곡과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 '바이올린 협주곡' 등의 명곡을 작곡했어요.

운명을 이긴 승리의 기쁨을 느껴 보세요

음악의 시작과 함께 들려오는 현악기와 클라리넷의 웅장한 소리, ‘다다다, 다-’로 시작하는 ‘운명 교향곡’은 네 개의 악장으로 이뤄졌어요.

♪제1악장: 시작할 때 나오는 유명한 ‘솔솔솔, 미-’ 네 음은 제2차 세계 대전 중에 있었던 노르망디 상륙 작전 때 승리의 V 신호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제2악장: 자유로운 변주곡 형식으로 전개돼요. 조용하면서도 부드럽게 흘러가는 선율은 마치 폭풍이 몰아친 후의 고요함을 떠올리게 해요.

♪제3악장: 제법 빠른 템포의 명랑한 악장이에요. 그렇지만 명랑함이 오히려 슬픔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제4악장: 관현악기들이 모두 합주하면서 힘차게 시작하고 있어요. 화산이 마침내 폭발하는 느낌이에요. 고된 운명을 극복한 승리의 기쁨을 표현하고 있어요.

● 세상 모든 음악가들의 음악 이야기
소담주니어|유미선 글|최상훈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