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useppe Arcimboldo(1527~1593)
1570년
아르침볼도는 16세기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태어난 화가입니다. 그는 화가로 활동한 시간의 대부분을 신성로마제국의 막시밀리안 2세와 루돌프 2세의 궁정 화가로 일했습니다. 아르침볼도는 25년 동안 궁정에서 황제와 왕족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로 활동하면서 그들을 근엄한 모습이 아닌 재미있는 모습으로 그렸어요.
그는 과일과 채소, 곡식과 꽃들을 마치 퍼즐 조각처럼 조립해 다양한 모습으로 완성하는 독특한 인물화를 그렸습니다. 사계절 식물들 외에도 사람들의 여러 직업, 세상의 근원이 된다고 생각하는 원소 등으로 표현한 인물화를 그리기도 했습니다.
화가의 자화상을 보세요. 우리 주변 남성 어른과 비슷한 얼굴입니다. 하지만 화가의 머릿속과 마음속은 어린이 여러분처럼 관찰력과 상상력에 의한 멋진 생각들로 가득했던 것 같아요.
당시에는 그 누구도 생각 못했던 재미있는 상상력과 표현력으로 빛났던 '초현실 주의의 시조'인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작품 세계로 떠나 볼까요?
1573년
그림 ‘봄’은 아르침볼도의 ‘사계절 연작’ 중 하나입니다. 여러분은 봄·여름·가을·겨울 중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계절마다 꽃이 다르게 피어나고 과일도 저마다 열매를 맺습니다.
‘봄’ 그림에는 매서운 추위의 겨울을 잘 참아내고 마침내 피어난 꽃들이 가득합니다. 참고로 아르침볼도의 사계절 그림 중 ‘여름’과 ‘가을’ 그림 속 사람들은 잘 익은 과일과 곡식들로 표현됐고, ‘겨울’ 그림 속 사람들은 메마른 줄기와 가지 위주로 표현됐어요. 그에 비해서 ‘봄’ 그림에서는 사람의 옆얼굴과 모자, 옷깃이 온갖 예쁜 꽃들로 표현됐습니다. 그림에서 향기로운 꽃향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해요. 옷의 가슴 부분과 팔 부분은 채소의 새순이 자라는 중입니다.
아르침볼도는 사계절 연작에 사람의 일생을 표현했어요. ‘봄’은 성장기, ‘여름’은 젊은 시절, ‘가을’은 중년기, 그리고 ‘겨울’은 노년기로 표현했습니다. ‘봄’은 여러분의 모습입니다. 한창 예쁘고 사랑스러운 모습이지요.
1592년
‘베르툼누스’는 로마신화에 나오는 사계절의 신입니다. 또한 정원과 과수원의 신이기도 합니다. 베르툼누스라는 이름 속에는 ‘변화한다’라는 뜻도 있어요. 베르툼누스는 자신의 모습을 언제 어디서나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이 있었어요. 그래서 정원 가꾸기와 과일 농사를 담당하던 님프 포모나를 사랑하게 됐을 때는 할머니 모습으로 변신하기도 했지요. 할머니로 변신한 그는 님프에게 계절의 신 베르툼누스의 사랑을 받아들이라고 권유했어요. 그러고는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변해 그의 사랑을 받아들인 포모나와 사랑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러나 아르침볼도가 그리려 했던 것은 계절의 신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베르툼누스의 모습을 한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루돌프 2세를 그렸어요. 오랫동안 자신을 믿고 후원해 준 황제에게 감사한 마음을 담아 그를 신의 모습으로 그린 것입니다. 황제의 얼굴에는 사계절의 과일과 꽃 그리고 곡식들이 그려져 있지요.
여러분의 얼굴을 이렇게 그려 그림 선물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은가요? 황제 루돌프 2세는 매우 만족했었는지 화가 아르침볼도에게 백작 작위를 하사했답니다.
● 구름서재 ‘미술관 놀이터: 100편의 명화와 함께하는 미술감상과 창작놀이’(이일수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