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 11/7 처럼 분자가 분모보다 더 큰 분수가 '가분수'다. 이 말 때문에 머리가 큰 사람을 가분수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그런데 가분수의 문자적인 뜻은 '크다'와 상관이 없다.

가분수는 '거짓[假] 분수(分數)'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분자가 더 큰 분수를 왜 거짓 분수라는 뜻의 가분수라고 부르는 걸까? 가분수라는 말에 얽힌 사연을 이해하려면, 분수가 왜 만들어졌는지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원래 분수는 부분이나 조각의 크기를 표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과 반쪽 또는 먹다 남은 피자처럼 '0도 아니고 1도 아닌 크기'를 나타내는 게 목적이었다. 고로 목적에 부합하는 분수라면 2/3, 5/7 처럼 분자가 분모보다 작은 게 맞는다. 그래서 분자가 분모보다 작은 분수를 진짜 분수라는 뜻의 '진분수(眞分數)'라고 한다.

이제 가분수의 뜻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분자가 분모보다 큰 분수는 크기로 따지자면 1보다 크다. 이런 분수는 원래 의도했던 분수가 아니다. 그래서 분수이되 가짜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가분수라고 한 것이다. 이때의 가짜는, 분수가 아니라는 부정의 표현이 아니다. 분수의 기존 범위를 벗어난 '독특함'을 나타낸다.

가분수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알았으니 이제는 신체적 특징을 꼬집어 장난치는 말로 사용하지 말자. 그 대신 상대방의 독특함을 인증하는 재미난 표현으로 사용해 보면 어떨까? "너는 어쩜 그렇게 가분수 같은 생각을 할 수 있느냐?"

생각의길 '어느 괴짜 선생님의 수학사전' (김용관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