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러분을 무도회로 안내해 드릴게요. 무도회는 말 그대로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연주하고, 그에 맞춰서 성장(盛粧·얼굴과 몸을  화려하게 꾸밈)한 신사·숙녀가 화려하게 춤을 추는 유럽 귀족들의 사교 댄스 파티였어요. 경쾌하고 신바람 나는 다양한 춤음악에 남자들은 턱시도를, 여성들은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짝을 맞춰 춤추는 무도회. 그뿐인가요? 빛나는 샹들리에 밑에 맛있는 음식과 음료수도 갖춰져 있답니다.

이런 무도회의 모습을 음악으로 만날 수 있는 곡이 바로 독일 작곡가 카를 마리아 폰 베버(1786~1826년)의 ‘무도회의 권유’(An Invitation to dance)입니다. 1819년 여름, 33세의 베버는 피아노곡으로 ‘무도회의 권유’를 작곡해서 아내 카롤리네에게 바쳤어요. 처음에 ‘화려한 론도’(Rondo Brillante)라는 제목을 붙였을 만큼 베버 자신이 뛰어난 피아노 실력을 발휘하도록 만든 곡이었죠.

어떤 무도회장에서 한 젊은 신사가 아리따운 숙녀에게 함께 춤추자고 청했어요. 그러자 숙녀는 수줍어서 공손히 사양했고 이에 신사는 다시 열정적으로 간청을 했죠. 결국 못 이기는 척 숙녀는 승낙했고, 잠시 두 사람은 대화를 한 후 얼굴을 붉히며 댄스 플로어에 가서 춤을 췄어요. 마지막에 다시 첫 부분이 연주되는데 신사의 감사의 말과 인사 그리고 숙녀의 수줍은 대답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마치 무도회의 한 모습을 영화로 보는 것 같은 음악이죠.

곡은 보통 빠르기인 모데라토로 시작해요. 서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자유롭게 반복되는 론도 형식과 왈츠 리듬을 사용한 표제음악입니다. 피아노 원곡은 Db장조인데 편곡은 D장조로 반음 높아졌고요. 피아노곡을 편곡한 오케스트라 버전에서는 첼로와 클라리넷이 대화를 시작합니다. 첼로는 신사, 클라리넷은 숙녀로 표현되어 있어요. 잠시 대화를 한 후에 드디어 왈츠가 나와요. 두 사람이 함께 춤추는 설레는 순간이네요.

이 주요 부분은 알레그로 비바체(Allegro vivace), 즉 빠르고 활발하게, 경쾌하게 연주하라고 지시되어 있어요. 각각 성격이 다른 5개의 왈츠 선율이 활발하게 등장해서 현란하고 호화로운 무도회 장면을 묘사해주고 있어요. 무도회의 왈츠곡은 늘 한 개의 단순한 왈츠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여러 개의 왈츠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들려주고 있는 곡이죠. 화려했던 왈츠가 끝나면 다시 첼로와 클라리넷의 대화가 나오면서 곡은 조용히 끝납니다.

이 곡은 1841년에는 ‘환상교향곡’으로 유명한 프랑스 작곡가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3관 편성의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해서 요즘에는 원곡인 피아노곡보다 교향악단이 더 자주 연주하는 인기 곡이 되었죠. 자, 여러분! 베버의 ‘무도회의 권유’를 들으면서 19세기 유럽의 화려한 무도회로 가볼까요!

장일번의 추천음반

최고의 음반을 꼽자면 베를린필의 종신 지휘자였던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사진>이 지휘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매우 훌륭합니다. 카라얀은 교묘한 설계로 치밀하게 베를린필에서 춤을 매끈하게 이끌어내고 있어요. 템포 조절도 좋고 선율은 노래처럼 잘 흘러가고 있죠. 이 연주를 들으면 아무래도 신사와 숙녀 두 사람이 춤을 추다 서로 매우 좋아하게 되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