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하천이나 강, 또는 저수지에는 약 200여 종의 담수어류(민물고기)가 살고 있다. 그 중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있다. 특산종 또는 고유종이라고 불리는데, 반드시 이 말 앞에는 한정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한국 고유종’ 또는 ‘한국 특산종’이다.
▶멸종위기 한국고유종은 12종
한국 고유종은 전체 담수어류의 약 4분의 1 정도로, 모두 50종이다. 그 중 잉어과 어류가 31종으로 가장 많다. 그 밖에도 미꾸리과 8종, 퉁가리과 3종, 동자개과 2종, 구굴무치과 2종, 메기과 1종, 뱅어과 1종, 연어과 1종, 꺽지과 1종이 있다. 귀에 익은 이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 담수어류 중에는 우리 곁에서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물고기들이 있다. 이른바 ‘멸종 위기종’들이다.
환경부에서는 개체수가 감소해 현재 멸종위기에 놓여 있거나, 이 상태로 내버려 두면 가까운 장래에 멸종위기에 놓일 우려가 있는 야생 동·식물은 ‘멸종위기 야생 동·식물보호법’으로 보호하고 있다. 관련 법의 보호를 받고 있는 물고기는 모두 18종이다. 그 중 ‘한국 고유종’은 12종인데, 감돌고기, 꼬치동자개, 미호종개, 얼룩새코미꾸리, 퉁사리, 흰수마자, 가는돌고기, 꾸구리, 돌상어, 모래주사, 묵납자루, 임실납자루 등이다. 우리나라에서 사라져 버린다면 이 지구 어디에서도 더 이상 이들 물고기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된다. 멸종되지 않게 우리가 지켜내야만 하는 대표적인 물고기들이다. 비록 법에 의해서 아직 보호받고 있지는 않지만, 좀수수치, 부안종개, 꺽저기 등과 같이 일부 지역이나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물고기도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멸종위기종 보호 방법은?
사람이 태어나서 살다가 나이가 들면 언젠가는 죽는 것처럼 생물종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종이 태어나서 한때 번성했다 하더라도 점차 쇠퇴하다가 결국에는 사라져버린다. 중생대에 태어나 백악기 말까지 번성했었지만, 사라져버린 공룡들처럼. 멸종이란 어찌 생각하면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기 수명을 다한 후 자연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요인에 때문에 미리 사라져버린다면 슬픈 일이다.
어떤 생물 종이 멸종할 위기에 처했다면 당연히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멸종이 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그들이 그렇게 된 원인을 자세하게 조사하고, 철저하게 분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런 다음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유 담수어류를 멸종위기에 빠지게 한 가장 큰 원인은 그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는 집이 무참히 부서지고 사라져 가고 있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그들에게 꼭 필요한 서식지가 축소되거나 교란 또는 파괴되어 점차 사라져 가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자연적일 수도 인위적일 수도 있다. 자연에 의한 것이라면 우리들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라면 사람들이 자연을 조금만 더 이해하고 조심스레 접근한다면 생물 종이 멸종위기에까지 빠지지 않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서식지 복원이 중요하다
환경부에서는 멸종위기에 놓인 고유 담수어류를 살려내고자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생태적, 유전적 특성을 분석하고, 개체수 감소가 원인이라면 인공적으로 증식·방류하여 자연개체군을 보강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위협요인의 제거와 함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서식지의 특성을 분명하게 파악하고 이를 보존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 서식지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만 살고 있는 우리 고유의 물고기들. 우리나라의 독특한 자연유산이자, 자연이 우리에게 선사한 고마운 선물이다. 소중한 추억과 함께 우리 고유의 물고기들이 기억 속에서 영영 사라져 버리는 일이 없도록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의 작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