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시절의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1833~1897년ㆍ독일)는 레스토랑에서 피아노 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피아노 실력이 뛰어났습니다. 그는 20살 때 헝가리에서 온 명바이올리니스트 에드아르트 레메이니(1830~1898년)를 만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독일 전국 연주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물론 피아니스트로였지요.

브람스는 당시 레메이니로부터 헝가리 음악과 집시 음악에 대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가슴을 움직이는 감동적인 헝가리 음악을 매우 좋아하게 된 브람스는 레메이니가 들려준 춤곡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때부터 헝가리 음악에 열중하기 시작해서 상당히 많은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로부터 16년 뒤인 1869년, 서른여섯살이 된 브람스는 그때까지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두 명이 피아노 앞에 앉아 함께 칠 수 있는 '피아노 연탄용 헝가리 무곡 1집, 2집'을 써서 베를린의 짐로크 출판사에서 출판했습니다. 이렇게 발표된 헝가리 춤곡은 생기가 넘치고 색채가 풍부했기 때문에 곧 주목을 끌었고, 악보는 날개 돋힌 듯이 팔려나갔습니다. 당시에는 음악을 녹음해서 재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연주회장에서 들은 음악을 다시 듣고 싶은 사람은 누구든지 악보를 사서 직접 연주하거나 연주가에게 부탁을 해야 했으니까요. 또한 귀족과 돈많은 상인들은 딸에게 피아노를 배우게 하는 것이 대유행이었습니다. 악보가 많이 팔릴 수 밖에요.

그런데 이 곡이 인기를 끌자 갑자기 방해가 들이닥쳤어요. 다름아닌 레메이니를 비롯한 헝가리 음악가들로부터 항의가 들어온 거예요. 그들은 "헝가리 전래 음악을 재료로 하고 있으면서 마치 자신의 창작물인 것처럼 출판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일"이라면서 "표절이자 저작권 침해"라고 주장했습니다.

브람스는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출판사가 대응에 나섰죠. 이 사건은 음악계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켰지만, 결국 브람스가 이겼습니다. 작품 출판 노트에 '브람스 작곡' 대신 '편곡'으로 되어 있었고, 원곡의 작곡가가 뚜렷하게 밝혀지지도 않았기에 저작권 침해라고 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죠. 이런 시끌벅적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3집, 4집의 출판은 11년 후(1880년)에야 이뤄졌습니다.

헝가리 춤곡은 브람스 전 작품 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입니다. 피아노곡 뿐 만 아니라 관현악곡으로 자주 연주되기도 하죠. 바이올린곡으로 편곡 연주되기도 한답니다. 그 중에서 제5번은 가장 잘 알려져 있는 경쾌한 느낌의 곡입니다. 격렬한 리듬과 열정적인 선율 등 헝가리인들의 천성이 잘 담겨있는 있어요. 빠르다가 중간에 느려지고 다시 빨라지는 헝가리적 음악 특징이 잘 반영된 헝가리 춤곡. 자 우리 모두 헝가리 민족처럼 즐겁게 춤을 춰 볼까요!

>>장일범의 추천 음반

‘피아노 연탄’ 버전으로는 라베크 자매의 연주를 추천합니다. 브람스는 이 곡이 각 가정에서 많이 연주되기를 바랬는데, 라베크 자매가 연주한 앨범은 마치 집에서 자매가 정겹게 연주하듯 매우 흥겹고도 즐겁습니다. 오케스트라 연주로 듣고 싶다면,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이반 피셔<사진>가 지휘한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음반을 추천하고 싶어요. 브람스는 이 곡을 독일로 가져왔지만 이반 피셔는 헝가리 민속적인 요소를 극적으로 잘 살려내 이 곡의 고향인 헝가리 냄새를 물씬 풍기게 만들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