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츠가 아름답게 흐르는 비엔나(빈)의 무도회를 상상해 보셨나요? 그런데 빈의 무도회에서 왈츠만 춘 것은 아닙니다. 폴카도 있었고, 행진곡도 즐겼죠. 빈의 무도회에 왈츠를 본격적으로 유행시킨 사람은 바로 요한슈트라우스 1세였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활약하던 시기, 빈에는 육군 원수 요세프 라데츠키 폰 라데츠라는 유명한 장군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분은 무도회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탈리아 군대에 대승을 거둔 용맹스런 장군이었기 때문에, 그가 나타나면 무도회장에 모인 오스트리아 사람들은 인기 스타가 나타난 것처럼 흥분했습니다.

요한 슈트라우스 1세가 이 곡을 쓴 1848년 무렵의 빈은 메테르니히의 폭정 때문에 민심이 흉흉했어요. 이때 요한 슈트라우스 1세는 위기에 놓인 정부군 측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용감한 행진곡들을 작곡했는데, ‘라데츠키 행진곡’도 그 중 하나랍니다.

이 곡은 오스트리아 장교들이 참석한 가운데 처음 연주가 되었습니다. 오케스트라가 연주를 시작하자 장교들은 박수도 치고 발도 구르면서 흥겨워했죠. 이 일은 곧 전통이 되어 무도회에서 무도회로 이어지면서 계속 박수를 함께 치는 곡이 되었어요.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도 이어져 빈에서 이 행진곡이 연주될 때는 청중들도 따라서 박수를 칩니다.

매년 12월 31일과 1월 1일 빈 음악협회홀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열리는 신년음악회의 앙코르는 늘 똑같은 두 곡을 연주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첫 곡은 아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두 번째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1세의 ‘라데츠키 행진곡’입니다.

라데츠키 행진곡은 군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지만, 분위기는 군대적이라기보다는 축제적입니다. 이 곡을 헌정받은 라데츠키 장군이 늘 보여주던 원기왕성하고 늠름한, 건강한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3분 이내로 연주되는 이 곡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처음엔 작은 북, 팀파니가 함께하는 힘찬 서주가 나오고, 이어 현악기들이 합주를 하면서 관악이 더해져 쾌활한 행진곡으로 넘어갑니다. 현으로 연주되는 도약하는 듯한 선율은 매우 친숙합니다. 커다란 합주 이후에 조금 작아지면서 중간부에 나타나는 선율은 이것과는 반대로 노래하는 듯한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시 마지막으로 처음 선율이 위세있게 반복되면서 끝을 맺게 됩니다.

요즘도 이 곡은 실제 군대행진곡으로 쓰입니다. 영국 군대와 칠레 군대가 이 곡을 행진곡으로 사용하고 있고, 덴마크 축구팀인 오루스는 홈 팀이 골을 넣을 때마다 이 행진곡을 크게 틉니다. 자, 함께 박수를 치면서 이 신나는 곡을 들어보실까요?

장일범의 추천음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 연주가 개성 있고 재미있어요. 1992년 카를로스 클라이버가 지휘한 실황은 따뜻하면서도 즐겁고, 2009년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사진>은 어디에서 박수를 쳐야 할지 재미있게 가르쳐준답니다. 2006년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의 연주도 신나고 화려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