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들의 세상 살펴볼까요?
“웅~.”
곰처럼 덩치가 큰 벌 한 마리가 꽃을 찾아 날아들었다. 큰 몸집과는 어울리지 않게 부지런히 꽃을 찾아다니며, 꽃가루를 모으는 모양새가 어색하다. 꽃을 찾은 어리호박벌이 가느다란 꽃가지에 내려앉기라도 하면 꽃대가 기우뚱하고 휘어버리는 모습이 우스꽝스럽다. 어리호박벌은 열 펌프로 체온조절을 자유롭게 한다. 고온에서도 쉴 새 없이 꽃가루를 모을 수 있는 이유다. 어리호박벌은 몸에 털이 많아, 사라져가는 꿀벌을 대체할 화분매개충(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곤충)으로 연구 중이다.
벌 하면 보통 꽃을 찾아 꽃가루를 모으는 꿀벌을 떠올린다. 흔히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채취하는 벌들을 꿀벌(Bee)이라고 부른다. 꿀벌류에는 꿀벌·호박벌·가위벌·뒤영벌 등이 있다. 주로 꽃가루를 모으기 때문에 뒷다리에는 꽃가루받이가 있다. 그리고 꿀을 모으기 편리하게 긴 대롱 같은 혀를 가지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꿀벌들이 모은 꽃가루는 벌집에서 자라는 애벌레들이 먹고 자랄 음식(경단)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부지런히 일
하는 꿀벌들 때문에 5~8만 마리나 되는 거대한 꿀벌 사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앗 따가워!”
벌하면 무시무시한 독침이 떠오른다. 특히 말벌류의 벌집을 잘못 건들기라도 하면 목숨까지 위태롭다. 말벌의 침은 바늘모양이어서 계속 독침을 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꿀벌의 침은 고리모양으로 휘어져 있어서 오로지 평생에 한 번만 쏠 수 있다. 쏜
침을 빼낼 때 내장이 손상되기 때문에 꿀벌이 침을 쏜다는 건 목숨을 거는 매우 신중한 일이다.
꿀을 모으지 않는 벌들은 모두 말벌(Wasp)이라고 부른다. 말벌류에는 말벌·땅벌·쌍살벌·호리병벌·나나니벌·대모벌·맵시벌·고치벌 등이 있다. 특히 사냥을 주로 하는 말벌은 곤충이나 애벌레를 사냥한다. 꿀을 모으지 않기때문에 꽃가루받이도 없으며 혀도 매
우 짧은 것이 특징이다. 사냥한 곤충들은 둥지로 가져가서 말벌 애벌레들에게 먹인다. 말벌은 입에서 나온 타액과 외부물질들을 섞어서 둥지를 만든 후, 함께 모여 생활한다. 사회성 말벌류에는 말벌·땅벌·쌍살벌 등이 있으며, 그 외 말벌들은 주로 단독 생활을 한다.
“영차~영차~.”
개미들이 자신보다 더 큰 먹이를 하나씩 들고 줄지어 기어간다. 길잡이페로몬을 방출하는 덕분에 먹이들을 개미집으로 무사히 가져갈 수 있다. 앞서가는 개미가 방출하는 화학물질인 페로몬을 맡고, 뒤의 개미들은 따라간다. 부지런한 개미의 모습은 꿀벌들을 닮았고, 호리호리한 허리는 말벌들을 쏙 빼닮았다.
■ 벌과 인간생활
꿀벌은 식물의 수분(꽃가루받이)을 도와주어 열매를 맺게 해주는 화분매개충 역할을 한다. 또 꽃을 찾아다니며 꿀을 모으기 때문에 우리에게 꿀을 주기도 한다. 작은 기생벌들은 작물의 해충들을 죽이는 자연 생물농약이 되기도 한다. 독침 때문에 두려워했던 곤충이 벌이지만, 사람들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생명이다.
/ 한영식(곤충연구가)
소년조선일보·사이언스북스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