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서곤충의 종류

물과 관련을 맺고 살아가는 곤충들을 모두 ‘수서곤충’이라고 부른다. 수서곤충은 유충과 성충 모두 물속에서 살아가는 경우도 있고, 한 살이 과정 중의 일부를 물과 관련을 맺고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물속 생태계의 힘 수서곤충

“개굴개굴” 연못에 핀 연꽃을 놀이터 삼아 개구리들이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그런데 갑자기 개구리들의 울음소리가 뚝 그쳤다. 천적인 뱀이라도 나타난 걸까? 잠시 후 연못 수면 위로 물방울이 보글보글 올라온다. 개구리를 위협한 건 ‘물속의 흡혈장군’ 물장군이었다.

물장군은 두툼한 앞다리로 개구리 대신 미꾸라지를 움켜잡았다. 미꾸라지가 달아나려고 발버둥 쳐보지만 힘센 물장군 앞에서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다. 이윽고 물장군은 뾰족한 침을 찔러 넣어 체액을 모조리 빨아먹는다. 짙은 흑갈색의 미꾸라지는 체액을 모두 잃고 흰색이 되어버린다. 물장군은 수서노린재(물에 사는 노린재)류에 속하는 곤충으로 수서동물들에게도 매우 위협적이다.

물장군처럼 뾰족한 침과 두툼한 앞다리를 가진 수서노린재에는 물자라·게아재비·장구애비·송장헤엄치개·소금쟁이 등도 있다. 수서노린재들은 꽁무니의 숨관으로 숨을 쉬며 체액을 빨아먹고 사는 것이 특징이다. 대부분의 수서노린재들은 물고기·올챙이·곤충 등을 잡아먹고 산다. 그러나 물 위에 사는 소금쟁이는 주로 떠다니는 시체의 부유물을 빨아먹고 산다.

"보글보글" 꽁무니에 공기방울을 달고 들어가는 녀석은 바로 '물방개'다. 물방개는 공기저장실이 있어서 한 번 저장하면 물속에서 오랫동안 헤엄칠 수 있다. 물방개는 수서딱정벌레(수서갑충·물에사는 딱정벌레)류에 속하며 튼튼한 턱으로 작은 물고기나 곤충들을 잡아서 씹어 먹는 포식자다.

수서갑충류에는 물땅땅이·물맴이·물진드기가 있다. 물땅땅이는 물방개와는 달리 헤엄을 잘 치지 못하고, 주로 수초를 먹고 산다. 매우 깨끗한 물에 사는 물맴이는 물 위에서 맴도는 게 특기다.

“엥~엥~” 더러운 웅덩이 주변에 모기들이 하나 둘 날아오른다. 웅덩이 속에는 장구벌레(모기 유충)·깔따구·꽃등에와 같은 물에 사는 파리류가 가득하다. 수서파리류(물속에 사는 파리류)의 유충들은 오염된 지역에서 살기 때문에 오염된 수질의 지표종이다. 반면 강도래·날도래·하루살이·애반딧불이 유충은 맑은 수질의 지표종 역할을 한다.

물속의 수서곤충들은 물고기와 같은 수서동물들의 중요한 먹잇감이 된다. 수서곤충들은 주로 1·2차 소비자군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수서생태계의 먹이 피라미드를 유지시키는 데 큰 힘이 된다.


/ 한영식(곤충 연구가)
  공동 기획: 소년조선일보·사이언스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