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에 피가 나고 피부 여기 저기에는 커다란 멍이 들며, 관절에는 물이 차 아프다가 숨지는 '괴혈병'. 18세기 영국 해군의 최대 고민은 선원들을 위협하던 정체불명의 괴질인 '괴혈병'이었다.
이 병은 1747년 영국 해군의 제임스 린드(1716~1794년)가 비타민 C가 풍부한 레몬을 공급함으로써 예방할 수 있었다.
1734년 여름, 그린란드를 항해 중이던 영국 배에서의 일이다. 항해를 하던 선원들 가운데 한 사람이 괴혈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었다. 그 당시만 해도 괴혈병은 죽음과 직결된 무서운 병이라고 생각해 선원들은 아직 죽지도 않은 환자를 섬에 홀로 남겨놓고 떠나버렸다.
얼마 후, 환자는 의식을 되찾고 주의를 살펴보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탐스럽게 빛나는 과실과 아침 이슬이 채 마르지 않은 싱싱한 풀들이었다. 환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손을 뻗어 입으로 가져갔다. 허기를 채운 환자는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들었고,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상하게도 몸이 가뿐하며 고통도 훨씬 덜하였다.
며칠 동안을 그렇게 풀과 과실을 먹으며 지낸 환자는 괴혈병이 말끔하게 나아 드디어 사람들에 의해 구조되었다. 그는 자신을 구해준 사람들에게 자초지종을 자세히 설명했으나, 믿어주는 이가 없었다.
"혹시, 저 사람 정신이 돈 게 아니야? 섬에 혼자 있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모양이야!"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미친 사람'으로까지 취급하며 비웃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 유난히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제임스 린드였다.
'분명 그가 섭취한 음식물 가운데는 괴혈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의 성분이 있을 거야….'
린드는 여러 종류의 식물을 분석한 끝에 레몬의 즙에 그 물질이 있음을 알았다. 그는 곧 그 레몬즙을 괴혈병 환자들에게 먹여보았고, 며칠 동안 계속하니 괴혈병 환자들은 거짓말같이 회복되었다.
린드는 곧 그 실험 결과와 레몬즙의 중요성을 적은 보고서를 들고 상관을 찾아 갔으나, 반응은 냉담했다. 린드는 크게 실망했지만 그들의 무지 앞에서는 달리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었다. 그 후 5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사람들은 점점 린드의 말을 믿기 시작했고, 영국 해군도 이 사실을 받아들여 군함에 승선하는 모든 승무원에게 레몬즙을 공급하여 이 병을 예방할 수 있었다.
/ 김아림 기자 cf1024@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