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이나 종이돈을 넣고 누르면 커피와 음료수, 담배, 전철승차권, 책, 장난감, 심지어 펄펄 끓는 라면까지 척척 내주는 자동판매기(자판기). 주인에게는 잠 한숨 안 자고 말없이 24시간 일하는 판매원이고 물건을 사는 사람에게는 상점 문 닫는 시간에 상관 없이 언제나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한 기계다.

최초의 자판기는 무엇일까? 최초는 2200여 년 전인 BC(기원전) 215년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신전 앞에 있던 성수(聖水) 판매기로 알려져 있다. 신에게 바치는 물을 파는 기계였다고 한다. 접시에 돈을 떨어뜨리면 그 무게로 물통의 마개가 열려 일정한 양의 물이 흘러나오는 것이다.

발명 역사에서 자판기의 첫 개발자는 영국의 사이먼 던함이라는 사람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동전을 넣으면 움직이는 놀이기구가 유행하고 있었다. 요즘의 전자오락기만큼이나 인기가 높았단다. 던함은 동전을 넣으면 일정한 시간 움직이는 것이 동전의 무게에 따른 것임을 알고는 동전을 넣으면 물건이 나오는 ‘자판기’를 생각해냈다. 마침내 1857년 던함은 1페니를 넣으면 우표가 나오는 우표 자판기를 발명했다. 당연히 특허로 등록했다.

그러나 금방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동전이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 감지기가 아직 없었고 당시에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물건을 산다는 것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판기가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상업이 크게 발달한 미국에서였다. 1888년 미국의 과자회사가 껌 자판기를 뉴욕의 지하철역에 설치했고 1909년에는 동전을 넣어야 문이 열리는 공중 화장실이 등장했다. 1920년에는 지금처럼 컵에 탄산음료가 담겨 나오는 자판기가 나와 인기를 끌었다. 그 후 담배와 핫도그 등 갖가지 물건을 파는 자판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77년 커피 자판기가 수입돼 서울 지하철역에 처음 등장했다. 19일 한국자동판매기공업협회에 따르면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스티커자판기를 비롯, 관청에 마련된 증명서 자판기, 지하철 티켓 자판기 등 현재 다양한 자판기 80여 만 대가 전국에서 시간에 관계 없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온갖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다.

자료 제공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왕연중 소장


/ 정상영 기자 syj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