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조망을 본 적이 있는지? 긴 철사를 꼬아 가며 사이에 드문드문 짧은 철사를 끼워 놓은 아주 간단한 물건이다. 보통 철사 줄과 달리 가시가 달려 섣불리 다가서다가 찔리면 무척이나 아프다.

이 간단한 물건이 가난한 열세 살 양치기 소년 조셉을 최고의 부자로 만들어주었다. ‘겨우 철조망으로 최고 부자가 되다니!’ 하지만 발명이 거창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는 사례이다.

미국 뉴햄프셔 주에 살던 양치기 소년 조셉 글리든(1813∼1906년)은 잠시만 눈길을 돌리면 지키던 양들이 울타리를 넘어가 낭패를 겪었다. 번번이 남의 땅에 침범해 이웃 농장을 망쳐 놓았던 것. 그때마다 주인한테 야단맞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조셉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양들이 장미넝쿨이 있는 쪽 울타리로는 절대 가지 않고 듬성듬성 세운 기둥에 철사만 둘러친 울타리로만 넘나든다는 것을 알아챘다. 순간 조셉은 양들이 장미넝쿨의 가시에 찔리면 아프기 때문에 무서워한다는 사실을 생각해냈다. 조셉은 대장간을 하는 아버지와 함께 철사 줄 군데군데 뾰족한 철사 도막을 넣어 새끼처럼 꼰 철조망으로 울타리를 둘렀다.

효과는 대단했다. 이후 양은 단 한 마리도 철조망을 넘어가지 못했다. 조셉과 아버지는 공장을 세워 자신들의 발명품을 엄청나게 팔았다. 당시 미국 전역의 목장 울타리가 대부분 조셉의 철조망이었을 정도였다. 특허는 1874년에 받았다. 덕분에 조셉은 당시 미국 최고 부자 중 한 사람이 됐다.

처음엔 목장의 울타리에 주로 쓰였지만 더욱 널리 쓰인 곳은 전쟁터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세계 각국이 국경선을 가로막기 위해, 또는 전쟁터에서 적을 막기 위해 막대한 양을 사들였다. 이후 철조망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지금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 됐다.


/ 정상영 기자 syjung@chosun.com
자료제공 : 한국발명문화교육연구소 왕연중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