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긴 거리도 막힘 없이 시원하게 달리고, 많은 사람 또는 화물을 한꺼번에 실어 나른다. 철길 옆에 펼쳐지는 경치를 구경하는 재미도 준다.
철도의 역사는 1825년 영국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세계에서 가장 긴 열차’는 러시아에 있다. 세계 최대 영토를 자랑하는 나라니, 세계 최장 열차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서쪽의 모스크바와 동쪽의 블라디보스토크를 잇는다. 길이는 무려 9288km. 지구 둘레(4만 km)의 4분의 1이나 된다. 모스크바를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56시간. 16개의 강을 지나며 쉬지 않고 달려도 꼬박 6박 7일이 걸린다. 끝에서 끝까지 표준시각이 7번이나 바뀐다.
1891년 시작된 횡단철도 공사는 쉽지 않았다. 험난한 지형과 혹한의 날씨, 노동자의 폭동까지 겹쳐졌다. 무엇보다 공사구간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는 세계 최대 담수호인 바이칼호가 가장 큰 고비였다. 이 지역을 지나는 230km의 철도를 놓기 위해 무려 39개의 터널과 14km의 보호벽을 설치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수 천명의 인부들이 목숨을 잃었다. 공사 중 러일전쟁(1904~1905년)이 일어나 일정이 늦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1916년 철도가 개통되면서 시베리아 모피 생산이 크게 늘었고, 금ㆍ은ㆍ철강ㆍ석탄 광산이 잇달아 개발됐다. 현재 철도 주변 도시에 살고 있는 인구는 러시아 전체의 5분의 1. 러시아 경제의 70% 이상이 이 철도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지난 5월에는 14박 15일 일정으로 운행하는 호화 관광열차가 등장했다. 객실 등급에 따라 1인당 운임이 약 1만 달러(약 920만 원)에서 1만 7000달러에 이르지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한다. 물론 오래 전부터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드넓은 러시아를 만나보려는 전세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 류현아 기자 hary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