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요한이 외할아버지의 80회 생신이었습니다. 외갓집에서는 할아버지의 여든번째 생신을 맞아 동네 사람들에게 큰 잔치를 벌였습니다. 맛있는 음식들이 많이 준비되었습니다. 사과를 비롯하여 포도, 수박과 같은 과일도 풍성하였습니다. 저녁이 되었을 때, 동네 사람들과 친척들도 자기 집으로 갔습니다. 외갓집에는 가까운 친척들이 남아 있었고, 먹고 남은 음식과 과일들이 있었습니다.
수박은 세 덩이와 4분의 1조각 3개가, 사과는 12개와 반쪽짜리가, 귤은 20개나 남아 있었습니다.
이때, 요한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귤은 20개이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사과 12개와 반쪽짜리, 수박 세 덩이와 4분의 1짜리'를 쉽게 나타내는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과 12개는 12이고, 반쪽짜리는 2분의 1이다. 그렇다면 12와 2분의 1을 간단히 나타내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를 거듭했습니다. 12와 2분의 1이기 때문에 12+1/2로 나타내는 방법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것은 덧셈식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12*1/2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에도 *의 뜻이 무엇인지 설명하여야 하는 것이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12 1/2와 같이 써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12 1/2이라고 쓴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수박은 3덩이와 4분의 1짜리 3개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3 3/4이라고 쓴 것이 역시 요한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요한이는 외할아버지 생일에서 발견한 12 1/2과 3 3/4에 이름을 붙여주고 싶었습니다. '자연수와 진분수의 합' '자연수와 분수의 합' '자연수와 분수가 혼합된 수'라고도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들은 너무 길기 때문에 간단히 줄여서 '자진합' '자분합' '자분혼수'도 떠올렸습니다.
요한이는 이름을 짓기 위하여 선생님에게 여쭈어보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요한이가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칭찬하시면서 '자연수와 분수가 혼합된 수'로서 영어로는 혼합된 수를 나타내는 'mixed number'라 쓰고, 우리말로는 '자연수와 분수가 결합되었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대(帶)'자를 이용해 '대분수(帶分數)'라고 부른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그렇지만 선생님께서는 대분수라는 이름보다는 '혼수'라는 이름이 더 좋다고도 말씀해주셨습니다.
서울교육대학 수학교육과 배종수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