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이달 초 자국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 참석해 춤을 추고 있다. 밀레이 오른쪽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다. /인스타그램

취임 1년을 맞은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지지하는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사이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디스코그룹 빌리지 피플의 노래 ‘YMCA’에 맞춰 몸을 흔드는 그의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 하나의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직설적인 언변과 괴짜 같은 외모, 파격적 정책으로 ‘남미의 트럼프’라 불린 밀레이는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를 외국 정부 수반으로는 가장 먼저 만나는 등 눈에 띄는 친(親)트럼프 행보를 보이는 인물이다.

밀레이는 지난달 14일 트럼프의 플로리다주(州) 마러라고 자택으로 가서 트럼프를 만났다. 5일 치러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 지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 대변인은 “트럼프가 밀레이와의 통화에서 ‘당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밀레이는 “자유와 경제 번영을 위한 세계적인 투쟁에서 트럼프를 동지(同志)로 여긴다”며 “목숨을 걸고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복귀를 이뤄낸 트럼프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했다. 트럼프는 “당신은 매가 사람이고 아르헨티나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어달라” “아주 짧은 기간 동안 환상적인 일을 했다”고 화답했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가운데)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오른쪽에서 두번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밀레이 왼쪽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AFP 연합뉴스

오른쪽에 트럼프, 왼쪽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둔 밀레이의 사진만큼이나 화제가 된 것이 ‘춤추는 밀레이’였다. 워싱턴의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가 주최한 만찬에서 그가 YMCA 노래에 맞춰 몸을 흔들자 사람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며 그의 주위를 에워쌌다. 1978년 발표된 세계적인 히트곡 YMCA는 ‘영 맨(Young Man·젊은이)’으로 시작하는 노랫말로 한국에도 친숙하다. 트럼프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이 노래를 자신을 대표하는 유세곡으로 틀었는데, 이 노래에 맞춰 양팔을 앞뒤로 폈다 굽혔다 하며 춤을 추는 모습이 트럼프를 상징하는 모습처럼 됐다.

밀레이는 이달 초 역시 매가를 추종하는 미국보수연합(ACU)이 아르헨티나에서 주최한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도 한 번 더 몸을 흔들었다. 트럼프 차남 에릭 트럼프의 배우자이자 둘째 며느리인 라라 트럼프 공화당전국위원회(RNC) 공동의장이 옆에 있었는데, 흥겨워하는 밀레이의 모습을 보고 웃음을 감추지 못했고 이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했다. 라라는 “아르헨티나와 미국은 과거의 재앙을 없애고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함께하고 있다”며 밀레이에 대한 트럼프가(家)의 지지를 확인했다. 아르헨티나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440억 달러 구제 금융을 받기로 하고 상환 요건 등에 관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IMF에 강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트럼프·밀레이 간 친분이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현지에선 큰 상황이다.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열린 만찬에서 YMCA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X(옛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