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 시각) 노스캐롤라이나의 공화당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기밀문서 불법 보유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 오후 3시(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연방법원에서 열린 기소 인부(認否) 절차에 출석했다. 전직 대통령이 연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기소 인부 절차에 출석한 것은 미국 역대 대통령 중 트럼프가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잭 스미스 연방 특별 검사가 자신에게 적용한 간첩법 상의 ‘국방 정보 고의 보유’ 혐의를 비롯해 7개 죄목 37건의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기소 인부 절차는 조너선 굿먼 판사가 공소장 내용을 간략히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짙은 색 정장에 트레이드 마크인 붉은 넥타이를 매고 출석한 트럼프는 팔짱을 낀 채 판사의 설명을 들었다. 이어 트럼프 측의 토드 블랜치 변호사가 “우리는 분명히 무죄를 주장합니다”라고 말했다.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트럼프와 함께 기소된 측근 월터 나우타와 그의 변호사도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아 있었다. 트럼프의 지시에 따라 기밀문서가 든 상자들을 마러라고 리조트 내 여러 장소로 옮겨 은폐해 주고,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에게 이 상자들에게 모른다고 말한 나우타는 사법 방해 공모와 거짓 진술 혐의를 받고 있다.

기밀문서 불법 보유 혐의로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3일(현지 시각) 인정신문을 마치고 마이애미의 연방법원을 떠나면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트럼프는 이날 오후 2시50분쯤 변호인단과 함께 법원에 도착했지만, ‘머그샷’은 촬영하지 않았다. 트럼프 측 변호인단의 일원인 알리나 하바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머그샷을 찍지 않아도 되는 매우 독특한 입장에 있다. 분명히 도주 우려는 없다. 그는 현재 공화당의 선두 (대선)후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나우타에 대한 기소 인부 절차는 47분 간 계속됐고 트럼프는 오후 4시쯤 연방법원을 떠났다. 이날 법원 주변에는 ‘트럼프와 함께 한다’, ‘트럼프 2024′ 등의 플래카드를 든 지지자들과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그를 가두라(lock him up)’고 외치는 반대 세력이 모두 모였다. 트럼프는 이날 뉴저지주 베드민스터로 이동해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을 할 예정이다.

카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무부는 독립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을 복원하려고 애써왔다”며 트럼프 기소는 백악관과 무관하게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기소에 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선)후보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